[세계와우리] '5·18 정신'의 세계화를 꿈꾸며
미얀마 등 독재·인권문제 조명
정작 北 민주화·인권상황은 침묵
광주 저항정신 北도 예외 없어야
광주에서 5·18주간이 열리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이어지는 민주주의와 인권 행사에 국내외 운동가들과 연구자, 시민단체들이 광주로 집결한다.
그러나 ‘5·18정신의 전국화와 세계화’에 찬물을 끼얹는 오래된 문제가 있다. 바로 ‘북한 예외주의’다. 올해도 크고 작은 세미나가 30개 가까이 열렸지만 북한의 민주화나 인권 문제를 조명하기 위한 회의는 없었다. 아니 23년간 한 번도 없었다. 왜 유독 북한만 금기시되는 것일까?
‘광주는 한국의 민주화 성지’라는 말은 아시아 청년들의 관심과 희망을 광주로 모으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주최 측은 젊은 활동가와 연구자들을 많이 초청하고 동남아시아 참석자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은 북한 문제에 대한 침묵을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로 많은 해외 참석자들이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 개선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을 들을 수 없는 것에 아쉬워하며, 다른 나라의 독재와 인권 유린에 대한 저항과 투쟁을 독려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로 초점이 바뀌는 것에 의아해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한다면서 북한에는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한국 정치인들도 꼴불견이라고 한다.
한국인 참가자가 들려준 고뇌도 마찬가지였다. 회의장 밖에서는 북한 인권상황과 한국인들의 노력을 묻는 외국 참가자가 적지 않은데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눈치가 보여 말을 아끼게 되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3년 전 시도해 보았다. 비공개회의도 좋으니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이 북한실태를 어떻게 조사하고 공론화했는지 광주에 모인 국내외 활동가들과 나눌 기회를 마련해 보고 싶었다. 앞선 해에 받았던 연락도 떠올랐다. 로힝야족 박해와 학살 문제를 다루는 미얀마 운동가들이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관련 북한인권단체들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 듣고 싶어한다는 전언이었다.
그렇다고 불청객이 되고 싶지는 않아 오랜 국제활동으로 광주포럼의 기획과 구성에 참여하던 A씨에게 부탁했다. 북한인권 문제로도 꾸준히 공감대를 나눈 사이였지만 그는 직접 나서주지 않았다. 대신 자신보다 더 잘 말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B씨에게 연락해 보라고 했다. 약속이 잡혔고 기회가 가까워진 듯했다. 그러나 약속한 날, 한 시간을 남겨놓고 B씨는 만남을 거절했다. 다른 날로 기회를 다시 청해도 막무가내였다. 자신은 ‘광주 쪽에 잘 말해줄 수 있을 만한 위치가 아니어서’라고 했다.
‘5·18정신의 전국화·세계화’는 광주를 찾는 사람들과 유족들의 염원이다. 41년 전 광주시민들의 저항정신은 오늘날 미얀마 국민들에게 군부에 맞서는 용기를 주고 있다. 피와 목숨으로 남긴 유산과 같으니 망월동 묘역에 잠드신 분들이 뿌듯해할 일이다.
5월의 넋들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저항의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랄 것이다. 미얀마 인권운동가 마웅 자니가 “우리가 성공하면 한국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실패하면 또 다른 북한이 될 것”이라고 호소하였다. 북한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하여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5월정신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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