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슬픔을 달래는 법

남상훈 2021. 5. 2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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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늘 같다.

일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사람 때문에 생긴 상처,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수 없는 불운을 누구나 사는 동안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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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상처 치유, 강제성 띠면 역효과
명상·사색 등 스스로 결정해야 고통 극복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늘 같다. 통제할 수 없다는 지각 때문이다. 일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밤새워 일해도 스스로 업무를 조절할 수 있다고 믿으면 스트레스를 덜 느끼지만, 정시에 퇴근해도 직무 결정권이 없다고 느끼면 스트레스는 커진다. 자기 행동의 원천이 자신에게서 비롯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자율적으로 결정한 일과 놀이를 할 때 우리는 최고로 몰입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사람만 그럴까? 비둘기나 쥐도 스스로 레버를 눌러 먹이 얻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자율성은 모든 유기체의 본능적 욕망이다.

“속 시원히 털어놔!” 내담자 옆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말했다. 정작 상담하러 온 20대 여성의 입은 꾹 닫혀 있다. 표정까지 굳었다. 내담자의 어머니는 확신에 찬 얼굴로 이렇게 덧붙인다. “연애하면서 힘들었던 일들을 상담하면서 다 쏟아내. 그렇게 하면 이별의 상처가 깨끗하게 치유되지 않겠어?” 이쯤 되면 당사자가 입을 열어도 상담이 긍정적으로 흐르기는 어렵다. 권위를 내세워 강제하면 방어만 커지고 심리적 문제는 악화한다.

2001년 미국 9·11테러 이후 수천명에 이르는 희생자와 목격자, 구조인력에게 치명적 사건 스트레스 경험보고(Critical Incident Stress Debriefing, CISD)를 하도록 했지만 이것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예방하지 못하고, 일부에서는 고통스러운 감정기억을 오히려 더 각인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났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자극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그 느낌을 표현하거나 또는 표현하지 못하도록 지시하는 경우보다 그렇게 할지 말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했을 때 심리적 충격을 더 잘 처리한다. 정서 조절과 문제 해결에 대한 선택권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믿어야 치유가 이뤄진다.

오래 사귄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회사에서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서 난감했다는 여성에게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어떻게 하셨나요?”라고 물었더니 “이별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을 봤더니 도움이 되던데요”라고 했다. ‘상실의 슬픔도 유튜브로 해결하는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위안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영화나 책으로 통찰을 얻기도 하고, 달리기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스마트폰에 깔린 앱의 도움을 받아 명상도 하고, 고독한 사색으로 영혼을 정돈하는 이도 있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방법들을 스스로 찾아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음악이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이때도 타인의 추천이 아니라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들어야 심리적 효과가 나타난다.

소통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마찬가지. 자신이 선택한 대상에게 마음을 털어놓아야 상처가 아문다. 그 대상이 꼭 실존 인물일 필요도 없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신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일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사람 때문에 생긴 상처,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수 없는 불운을 누구나 사는 동안 경험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실존적 고통에는 특효약이 따로 없다. 자기 마음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서 자유롭게 행하면 그것이 치유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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