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감독 "구단 지원에 인삼처럼 잘 큰 선수들..열정 한데 모아 홍삼으로 만들겠다"
[경향신문]
‘육성’에 초점 맞춘 농구 추구
지난 시즌 우승으로 또 결실
6년 지휘봉 올 시즌도 재계약
선수 시절 ‘바닥 경험’ 자산
인내와 믿음으로 ‘원팀’ 가꿔
“누구도 생각 못한 농구” 포부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에 세 번째 우승컵을 안긴 김승기 감독(49·오른쪽 사진)은 최근 재계약을 맺으면서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6년째 KGC를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이 팀 운영을 모기업에 빗대 “6년근 인삼을 재배하는 것처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한 덕분이다. 재치있는 이 소감은 김 감독의 농구철학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김 감독이 KGC에서 추구하는 농구가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지난 19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김 감독은 “결국 농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5년 만에 다시 우승한 것도 재능있는 선수를 찾고, 그 선수들이 한 타이밍에 모일 수 있도록 조율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농구철학은 올해 플레이오프 10전 전승이라는 ‘퍼펙트 우승’ 업적을 쌓은 KGC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쉽게 수긍이 간다. 2016~2017시즌 KGC의 통합 우승 당시 베스트5에서 주전으로 남은 선수는 오세근 하나. 김 감독은 샐러리캡을 맞추느라 선수들이 빠진 자리를 남들처럼 값비싼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오는 게 아니라 6년근 인삼을 키워내는 것처럼 인내하며 하나 둘 채워갔다.
사석에서 김 감독을 ‘형’으로 불러 화제를 모은 가드 이재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감독은 “이재도는 적응에 시간이 좀 걸리는 선수”라면서 “시즌을 앞두고 무조건 선발로 내보내겠다고 약속하니 ‘왜 절 믿으세요?’라고 묻더라. ‘믿어야 잘하니까, 그래야 선수가 사니까’라고 답했는데, 그게 정말 통했다”며 웃었다.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시련을 겪었던 슈터 전성현과 수비와 리바운드의 귀신 문성곤, 해결사 변준형도 김 감독의 손길을 거쳐 전력의 한 축으로 거듭났다. “잘할 땐 칭찬하고 못할 땐 혼내느라 트러블도 많았다. 겨울에 단단하게 얼었던 얼음이 봄에 녹는 것처럼 우리 농구도 힘들게 완성됐다”고 김 감독은 떠올렸다. 일각에선 KGC의 우승이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제러드 설린저의 공이라 말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그 뒤를 받치지 않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설린저의 활약상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질 때마다 (그만둔다는 각오로) 숙소의 짐을 조금씩 집으로 옮겼다. 그런데 설린저가 그 짐을 다시 숙소로 옮겨놨다”고 했다.
김 감독의 놀라운 육성 능력의 원동력은 현역 시절 최고에서 바닥까지 모두 경험했던 고난의 역사이다. 국제무대에서 각광받는 가드였던 그는 정작 프로에 첫발을 내딛는 1997~1998시즌을 앞두고 무릎 부상으로 추락했다.
당시를 떠올린 김 감독은 “어떻게든지 코트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던 그 시절의 노력이 선수들의 장점을 찾아내는 힘이 됐다”며 “프로 무대에 진출했다면 재능은 있다는 얘기다. 농구에 대한 열정만 갖고 있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우리 팀의 박형철이 그런 선수”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런 열정이 KGC의 살길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6년간 잘 재배한 인삼을 이제 홍삼으로 만들 때가 됐다. 남은 계약 기간 열정을 가진 선수들과 함께 남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농구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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