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재난지원금으로 버텨..'소득 양극화' 더 나빠졌다

박상영·안광호 기자 2021. 5. 2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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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통계로 드러난 '소득격차 실태'

[경향신문]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적이전소득 뺀 ‘5분위 배율’, 작년보다 1.45배P 올라
근로·사업소득은 감소…“손실보상제 도입, 하루빨리”

재난지원금 효과를 제외한 시장소득만 놓고 봤을 때 코로나19 이후 소득분배 지표가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효과가 한시적인 재난지원금 외에도 소득을 끌어올리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다음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추가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1인 가구 포함, 드러난 양극화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근로·사업·재산 등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1년 전보다 1.45배포인트 늘어난 16.20배로, 2019년 관련 통계 개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5분위(상위 20%) 소득을 1분위(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배율이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이번 수치가 크게 악화된 것은 1인 가구가 통계에 새로 반영된 영향도 크다. 통계청은 “고령층과 무직 가구 비중이 1인 가구에 많다”고 설명했다. 무직 가구 비중이 지난해 4분기 기준 16.4%에서 19.4%로 3.0%포인트 높아진 것 역시 1인 가구가 이번 집계에 새로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가 넘을 정도로 ‘주류’로 급부상했는데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는 그간 2인 이상 가구만 집계해 양극화 현실을 가리는 숫자 왜곡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에도 1인 가구가 빠졌다면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16.20배가 아닌 10.25배로 크게 낮아지고, 증가폭도 절반(0.7배포인트) 수준에 그쳤을 것이다.

이처럼 시장소득 분배 지표는 악화된 반면, 공적이전소득이 포함된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오히려 전년 동기(6.89배) 대비 0.59배포인트 줄어든 6.30배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일회성 지급 정책 등으로 양극화 심화를 간신히 막고 있는 셈이다.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역시 근로소득이 1.5% 감소한 반면 전체 소득은 5.6% 증가했다. 공적이전이 37% 늘어서다.

■착시효과는 경계해야

정책 효과가 집중된 1인 가구가 새로 통계에 편입되면서 분배 지표는 개선되는 ‘착시효과’는 과제로 지적된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이들의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어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과)는 “코로나 방역 상황을 감안했을 때 소득 하위계층의 시장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이들의 생계와 복지를 위한 추가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자영업의 경우 현재 진척이 없는 손실보상제 도입을 하루빨리 마무리해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 위기 대응과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일자리 창출과 실업수당, 빈곤 가구 지원 등에 6조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도 고용 불안과 충격이 가장 큰 소득 하위계층에 대한 소득 보장과 직업훈련, 취업 기회 확대 등 고용 분야에서의 안전망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대비 필요

코로나19 이후에 불거질 문제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서비스업이 회복될 수 있도록 코로나19 백신을 빠르게 보급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이후에는 그동안 대출유예 등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서도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발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할 수 있는 점도 역시 우려된다. 올해 1분기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0.7% 줄어 2017년 3분기(-1.8%) 이후 14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다음달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반적으로 근로·사업소득이 감소하고 5분위 전체 소득도 위축되는 등 시장소득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내수 확대, 일자리 창출, 민생 안정 등을 위한 추가 과제를 적극 발굴해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적었다.

박상영·안광호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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