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IT 격변 전환점.. 강력한 인프라로 구독형 소비시대 이끌 것"

안경애 2021. 5. 2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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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상황 속 IT가 지속가능한 성장·혁신 지원
직접 구축·빅뱅식 개발 벗어나 구독형 IT소비 도입
멀티 클라우드 환경 중심으로 견실한 제품구조 갖춰
고객에 가장 유리한 조건의 IT서비스 제공할수 있어
김경진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총괄 사장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김경진 한국델테크놀로지스 총괄사장

"시장에 활력이 살아나고 고객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급변하는 산업현장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어갈 지 구체적인 변화전략과 투자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인터뷰로 만난 김경진 한국델테크놀로지스 총괄사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변신해야 한다고 외쳐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던 고객들이 올해 들어 '어떻게 하면 빠르고 쉽게 혁신할 수 있는가'를 물어온다는 것.

김 사장은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나 서비스형 IT 소비방식 도입이 선진국보다 늦어 혁신에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올해 들어 웬만한 나라보다 훨씬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그동안 누적된 변화 압력과 코로나19 충격이 합쳐지면서 우리나라가 IT 격변의 '티핑 포인트'에 다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IT인프라 포트폴리오와 강력한 제조·물류 기반, 탄탄한 파트너 생태계를 무기로 구독형 IT 소비시대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기업들이 달라졌다"=그동안 IT 전략과 투자를 CIO(최고정보화책임자)들이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최고경영자나 대주주들이 변화에 더 적극적이라는 게 김 사장의 얘기다. 역세계화, 국제 분업체계 재편, 정치 리스크 등 급변하는 상황 속에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의 핵심 도구로 IT에 접근한다는 것.

김 사장은 "전 산업에서 일어나는 파괴적 변화와 복잡한 대외 리스크 속에 많은 오너와 CEO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변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그러면서 IT를 싸게 도입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빨리 새 비즈니스모델을 지원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IT기업이 말하기 전에 먼저 요구사항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 한 그룹의 전략총괄 경영자를 만났는데 그가 한 말이 '돈 얘기는 하지 마라. 중요한 것은 속도와 안정성이다'였다"며서 "기업가들의 바뀐 태도에 사실 놀랄 정도다. 세계 경제가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가들이 잘 헤쳐 나가리라 본다"고 밝혔다.

◇"IT의 아키텍처가 바뀐다"=김 사장은 미래 IT의 추세를 '코어리스'(coreless)와 '허브리스'(hubless)란 단어로 정의했다. 거점 중심의 구조를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대체한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에 중앙 데이터센터, 지역별 브랜치 센터를 두고 전체를 연결하는 '허브&스포크모델'이 앞으로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네트워크가 매우 발달하고 가상화 인프라와 SW(소프트웨어)가 성숙해 있고 데이터도 분산처리가 가능해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에 흩어진 데이터를 싱글 인스턴스로 한번에 볼 수 있는 SW가 있고, 애플리케이션도 MSA(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 방식이 도입되면서, 대규모 코드를 하나로 돌리지 않고 작게 나눠 분산 처리하는 아키텍처가 등장했다"면서 "이제 데이터센터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아졌다. 네트워크만 보장되면 코어리스, 허브리스 방식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런 변화 속에 델이 지향하는 역할과 비즈니스모델도 달라졌다. 더 이상 전통적인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IT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머물지 않고 '애즈 어 서비스' 물결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겠다는 것.

김 사장은 "우리는 퍼블릭 클라우드와 동일한 기능과 SLA(서비스수준협약), 혹은 더 나은 SLA를 더 매력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전부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퍼블릭 클라우드까지 포용해서 기업고객에게 모든 종류의 IT인프라 서비스에 대해 선택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회사의 강점은 업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각 나라별로 오퍼레이션을 유지하면서, 퍼블릭 클라우드까지 포용해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의 IT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이다.

그는 "우리의 더 큰 꿈은 고객이 심지어 선택도 할 필요없이 해주는 것이다. 우리 인프라 위에서 기존 데이터센터와 어떤 퍼블릭 클라우드도 연결해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고객이 델 인프라와 모든 퍼블릭 클라우드가 연결된 환경에서, 인프라의 종류를 의식할 필요 없이 모든 워크로드와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를 자유롭게 쓰는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델은 작년부터 전체 제품에 대해 구독모델을 도입해 서비스형 IT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델은 허풍 떨지 않고 제대로 하는 회사"=모든 IT기업이 최적의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세우는데, 어느 기업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당연히 델을 골라야 한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그 기업이 약속했던 워크로드에 대해 실제로 멀티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영 서비스를 하는지를 그들의 고객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대답을 할 수 있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모두가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맞춤 서비스를 얘기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IT기업은 찾기 힘들다는 것.

김 사장은 "누울 자리가 있어야 다리를 뻗는데, 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명확하다. 데스크톱, 노트북 등 엔드유저 기기부터 랙 서버, 스탠드얼론 서버 등 모든 종류의 서버를 보유하고, 스토리지도 정형·비정형·미드레인지·하이레인지급에 HCI(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까지 갖고 있다"면서 "네트워킹 장비와 데이터센터 가상화를 위한 모든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으면서, 가상화와 클라우드 환경을 만들어주는 VM웨어와도 함께 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제품을 고객 현장과 최적으로 연결해 주는 컨설팅과 딜리버리팀, 회사를 뒷받침하는 파트너 에코시스템도 강점이란 설명이다.

김 사장은 "서버 품귀 사태가 벌어져도 고객이 원하는 공급 시점을 맞출 수 있는 글로벌 물류역량도 중요하다. 우리는 고객에게 이상적인 데이터센터와, 워크로드에 맞는 IT를 지원하는 실행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델은 가장 견실한 제품구조와 사업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 허풍을 떨지 않는 회사"라고 밝혔다.

◇현대전자에서 시작해 37년간 달려온 'IT맨'=김 사장은 항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4년 현대전자 정보기기사업부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초년병 시절 현대전자가 국내 최초로 미국에 수출한 IBM 호환 PC의 운영체제 포팅을 담당했다. 당시는 PC 제조기업이 MS 도스 대신 MS 도스 호환 운영체제를 만들어 공급했다.

김 사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SW 코딩도 재미가 있었다. PC 수출과 운영체제 포팅이 결정된 후 내가 하겠다고 손들었다. 6개월간 일주일에 100시간 씩 일하며 운영체제 코드의 절반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MS 도스의 백본코드와 포팅키트만 갖고 입출력시스템 연결, 디스플레이 구동 같은 길고 복잡한 코드를 개발했다. 자동차 회사가 엔진만 사와서 차를 새로 만드는 식이었다.

김 사장은 "당시는 밤새 일해도 정상 출근해야 하는 분위기니 회사에서 밤새서 코딩한 후 책상에서 4시간 자고 다시 일했다. 회사 대표가 컴퓨터 사업에 애착이 많아 종종 사무실을 둘러봤는데, 자다가 몇번 걸렸지만 임원들이 그냥 두라고 해서 넘어갔다"고 말했다.

80년대 후반만 해도 PC가 낯설다 보니 전원을 꽂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 현지 콜센터를 세웠지만 대응에 어려움이 많았다. 김 사장은 20대 후반에 미국으로 건너가 콜센터 총괄업무를 했다.

◇스타트업 거쳐 실리콘그래픽스로=1988년 현대를 그만둔 김 사장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해 컬러 그래픽 터미널과 SW를 개발했다. 또 다시 6개월간의 밤샘과 몰두의 기간을 지내고 내놓은 결과물은 성공적이었다. 검은 화면과 흰 글씨가 전부이던 시절에 그래픽이 그려지는 컬러 터미널을 내놓으니 인기가 많았다. 증권사들이 차트를 보기 위해 많이 사갔다.

그래픽 터미널을 개발한 것이 계기가 돼서 1994년 당시 그래픽 워크스테이션 분야의 독보적인 기업이던 실리콘그래픽스(SGI)로 자리를 옮겼다. SGI 컴퓨터는 영화, 컴퓨터그래픽, 엔지니어링 설계 등에 쓰이고 있었다. 당시 국내외에 CG 붐을 일으킨 쥐라기공원도 SGI 컴퓨터를 통해 탄생했다. 마케팅으로 업무를 바꾼 김 사장은 국내외 영화계와 산업계를 오가며 일했다. 그러다, 1999년말 EMC의 제의를 받고 EMC 아시아태평양일본(APJ) 조직의 제품마케팅 총괄디렉터로 자리를 옮겼다.

1990년대, EMC는 급속하게 커지는 스토리지 산업을 주도하며 10년간 주가가 1만% 오를 정도로 핫한 기업이었다. 다국적 팀을 꾸려 마케팅전략을 총괄하던 김 사장은 한국 지사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하다가 2003년 지사장 자리에 올랐다.

김 사장은 "컴퓨팅 기술이 덜 성숙되다 보니 스토리지 시스템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클 때였다. 당시 사람들을 만나면 국가 기간산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원장 데이터의 80%, 제조기업 데이터의 60~70%, 정부 데이터의 약 50%를 우리가 관리했다"고 밝혔다.

◇델의 인수합병 후 한국델 총괄사장으로=김 사장은 2003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 사이 회사는 변화가 많았다.

서버와 PC가 주업이던 델이 2016년 9월 EMC를 인수하는 67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M&A가 이뤄진 것. 한국에서는 피인수 기업인 한국EMC를 이끌던 김 사장이 이례적으로 통합 회사의 대표로 정해졌다. 그는 2년 이상 걸린 합병작업을 뒷받침하며, 델테크놀로지스를 토털 IT인프라 기업으로 안착시켰다.

김 사장의 경영방식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 국내 지사장들과 달리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듯이 조직을 이끈다는 점이다.

그는 "사장을 처음 맡은 후 가장 먼저 한 생각이 '회사의 파운데이션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시간이 걸려도 30년 이상 갈 프레임을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3가지 키워드는 조직과 프로세스, 정책(Policy)이다. 회사를 창업하는 기분으로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다.

김 사장은 "사장이나 본사의 영향력 있는 몇몇 사람의 입김에 바뀌지 않는 견고한 틀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EMC 출신이든, 델 출신이든 회사에 들어온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대우받도록 했다. 관련 내용을 회사의 모든 규정에 명문화해, 사장 뜻대로 보너스도 주지 못하게 했다.

◇"인재가 재미있게 일하고 떠나지 않는 기업 만들 것"=김 사장의 목표는 한번 들어온 인재가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인재들이 재미있게 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 단기 성과에 급급해서 편법이나 불법, 반칙을 저지르지 않는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 지금은 꿈꾸던 회사에 나름 가까워졌다고 김 사장은 말한다.

최근 2~3년간 신경 쓰는 이슈는 다양성과 포용(inclusion)이다. 델은 2030년까지 전 조직원의 50%, 매니저의 40%를 여성으로 구성하는 목표를 수립하는 등 다양성을 중시한다. 김 사장은 한국델에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개방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 강사로 활동하면서 임원들도 강사자격증을 따서 교육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혼자 뛰지 않고 함께 가겠다"=올해 세운 도전과제는 엔드유저 기기와 클라이언트 솔루션을 국내 고객들에게 더 많이 알리는 것이다. 델은 국내에서는 서버와 데이터센터 사업이 강하지만 글로벌에서는 엔드유저 기기 사업이 더 강하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는 PC가 스탠드얼론 기기라는 개념이 강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데이터센터가 연장된 가지의 끝이라는 관점이 발달돼 있다. 개인과 데이터센터를 잇는 연결 포인트 개념인데, 이게 구현돼야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의 개념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속 성장 시기를 지내며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만큼 젊은 인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있다"는 김 사장은 "젊은 인재와 자라나는 이들이 더 큰 꿈을 꾸고 기회를 잡을 수 있게 공헌하는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IT기업들과도 더 긴밀하게 협력해, 혼자 뛰지 않고 함께 하는 생태계를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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