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한미정상회담] "백신·반도체 유기적 협력 가능.. 北비핵화 매듭 풀기 힘들 듯"

김미경 2021. 5. 20. 19: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장
백신확보 문제는 정상회담 이전 실무선에서 이미 조율 끝났을 것
반도체·배터리 등 기술우위.. 성과 대신 협력 중심으로 다가가길
바이든표 對北정책 구상과 온도차.. 상황에 따라 전략 달리해야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

임기를 1년 남겨둔 문 대통령에게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디딤돌이다. 코로나19 시국을 해결할 백신 수급이 첫 번째 과제이고, 글로벌 패권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반도체 기술전쟁도 못지 않게 무게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의 멈춰버린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름칠도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현지 시간으로 21일 오후 2시, 한국 시간으로는 22일 새벽 3시부터 3시간 동안 만난다. 3시간 안에 백신과 반도체, 한반도 비핵화 등을 중요한 현안을 모두 풀어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반도체에서 공조를 이룰 가능성은 '그린 라이트'라고 판단했으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재가동 가능성은 '레드 라이트'라고 분석했다. 디지털타임스는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했던 19일 강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갖고 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예측하고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야 할 외교 방향을 짚어봤다.

강 센터장은 "이미 세계 정세는 경제가 안보라는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보여온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결과를 얻기 어렵다"면서 "이번 회담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인 백신 확보 문제는 실무선에서 거의 조율이 끝났을 것이다. 반도체 문제는 미국의 입장을 듣고 조정하면서 절충하겠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방향성만 확인하는 정도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으로 출발했다. 백신과 반도체,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과제를 안고 떠났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 자체로 성과가 예견된 부분이 있다. 특히 백신 문제는 사전에 조율이 끝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백신 확보에 성공했다면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반도체 부분은 백신과 등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미 간 협력의 틈이 있다. 반도체는 클린 네트워크(하이테크 기술분야에서 기술도용 위험이 있는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것)에 해당한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의 핵심이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80%를 장악하고 있지만, 삼성이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세웠다는 것 등등을 생각하면 미국과 중국 틈에 끼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번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 만난 뒤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에 대항하는 중국의 디지털네트워크에 한국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중국에서 발표한 게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부인했다. 최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다시 왕 부장과 만나서 중국이 가능한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요청했다고 했다. 중국도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하면서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성과를 교환하는데 너무 끌려가지 않았으면 한다."

-백신과 반도체에서 공조·협력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이번 회담으로 재가동될지는 불투명한 것 같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정상회담을 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할지 논의하기 전에 바이든 미 행정부가 먼저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스타일과 바이든 정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물론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은 나왔지만, 싱가포르 합의사항을 보면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미군 유해 송환 등 4가지가 담겼다. 미국으로서는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핵화는 조금 다르다. 미국은 대북정책의 기조로 다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꺼냈다. 모든 한반도 문제의 출발점을 CVID, 즉 완전한 비핵화로 잡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구상과는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프로세스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임기 중 한반도 비핵화 진전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

"대북문제는 큰 틀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 사실 한국이 제일 마음이 급하다. 문재인 정부는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북미 간 대화는 멈췄다.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를 기대했는데 결과물이 없으니 한국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한국과는 대화를 안 하겠다고 하는 이유다. 그러니 한국은 더 급해졌다. 반면 미국은 급하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중산층을 복원해 세계를 이끌겠다고 했다. 중산층을 복원하려면 경제가 살아나야 하고, 경제가 살아나려면 코로나 팬데믹을 해결해야 한다. 국제 문제에서도 북핵은 중동 다음이다. 미국에 있어 북핵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 배낭만 제어할 수 있다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계속 '마중물'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대북제재 완화 등 먼저 북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제스처를 사용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행동하면 행동한 만큼 움직이겠다는 구상이다. 국제공조를 하겠다는 것도 기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따르라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북한과 1대 1로 만날 생각도 없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와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핵 문제를 정밀하고 치밀하게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보겠다고 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감성적으로 남북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 생각이다. 미국에는 통하지 않는다."

-만일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에서 검토할 수 있는 전략이 있겠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단순 비교하면 안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가려운 부분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대북 문제를 두고 한미 간에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하는데 실상을 보면 거의 통보받는 식이다. 메일만 주고 받고, 전화 통화를 한다고 해서 소통이라고 하면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부터 지금까지 대북정책 기조가 경직돼 있다.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플랜A가 가동이 안된다면 플랜B를 세워야 하는데 이 정부는 플랜B를 세우지 않은 채 플랜A가 언젠가는 될 것이라는 확증편향과 자기암시만 한다. 플랜B와 플랜C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단, 바이든 정부와의 대북정책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고 해서 중국 쪽으로 가려는 인상을 보여주는 것은 위험하다."

-문재인 정부 4년 간의 외교력을 평가하면 어떤가. 남은 1년 동안 풀어야 할 외교적 과제를 꼽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탄핵이라는 복잡한 국내 상황과 악화일로였던 남북 상황에서 출범해 4년을 맞았다. 그동안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참가, 북미 정상회담 등을 끌어낸 성과가 있으나 4년을 종합한 결과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한일 전망도 어둡다. 위안부 문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로 틀어진 뒤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과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띄워 친밀감을 과시했지만 중국의 저울질에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한국 외교를 대북 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최대 영향을 미치는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서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의 외교는 다층적이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와 '단계적 비핵화'를 택했다. 북한은 올해 초 노동당 대회에서 대중 밀착을 선언했고, 중국도 이를 수용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은 지도자의 현실 인식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배팅하면 안 된다. 단편적으로는 미래지향적으로 보일 수는 있어도 결국 제살깎아먹기가 된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