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8일 만에 뒤집힌 결과, 변화 예고한 '현대가 더비'
[스포츠경향]
울산 현대가 지긋지긋한 ‘녹색 공포증’에서 벗어났다. 2년 만의 전북 현대전 승리는 더 뜨거워질 ‘현대가(家) 라이벌’ 승부의 예고편으로 볼 수 있다.
울산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1 2021 1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북 현대를 4-2로 제압했다. 전북전 738일 만의 승리 감격에 그치지 않고, 적지 ‘전주성’에서 무려 4골을 넣은 승리였다는 점에서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다. 울산(승점 30점·8승6무2패)은 이날 전북(승점 29점·8승5무2패)을 끌어내리면서 시즌 첫 선두로 올라섰다.
화려한 미드필더진을 자랑하는 울산이지만, 전북전에서는 늘 중원 싸움에서 밀리며 고전했다. 이날은 달랐다. 울산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시즌 첫 맞대결(0-0 무승부) 때와는 미드필더 구성과 전략을 달리해 전북전을 준비했다. 홍 감독은 “고명진과 윤빛가람 두 선수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간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둘은 자신만의 패스 색깔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고명진은 단거리 패스로 상대 압박을 풀어냈고, 측면으로 움직임을 넓힌 윤빛가람은 정확한 긴 패스로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35분 힌터제어의 동점골, 후반 11분 불투이스의 역전골 모두 윤빛가람의 측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전반 31분 교체 투입된 이청용도 힌터제어와 호흡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2세 이하(U-22) 카드 김민준의 선제골은 난타전의 불씨가 됐다. 김민준은 전반 8분 오른쪽 페널티박스 지역에서 수비 셋 사이를 감각적인 개인기로 뚫어낸 뒤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 벤치는 빠른 시간에 만회하기 위해 공격 전술으로 변화를 줬다. 이후 한교원의 2골이 연이어 터졌지만, 수비 뒷공간이 넓어지면서 울산의 반격으로 이어졌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특히 울산의 젊은 피를 주목했다. 울산은 이청용과 함께 상대 진영을 휘저은 이동준(후반 28분) 교체카드도 적중했다. 이동준은 교체 2분 만에 쐐기골을 넣었다. 김 위원은 “울산이 과거 주니오라는 걸출한 전방 공격수가 있을 때는 상대 수비라인이 올라오더라도 확실하게 역습에서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이번 경기를 통해 울산이 전북을 상대로 이동준의 스피드와 김민준의 테크닉 등 젊은 공격 옵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음 대결이 더 흥미로워졌다”고 했다.
사실 전북의 경기력이 아주 나빴던 것은 아니다. 김 위원은 “전북은 기량뿐 아니라 경험이 많은 선수들로 두터운 스쿼드를 구성하고 있다”며 “최근 결과가 좋지 않은 게 오히려 팀에 긴장감을 주면서 선수들에겐 자극제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 더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두 팀에 도전하는 수원 삼성(승점 27점)과 대구FC(승점 26점)의 도전도 거세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까지 울산이 전북과 경쟁에서 중요한 순간에 넘어졌는데 이번 승리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게 됐다”면서도 “전북을 이겼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3·4위와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모든 팀들을 경계하며 이겨 나가야 한다”며 선두 수성 의지를 드러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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