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진짜 돈의 무게

엄형준 2021. 5. 1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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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입방정에 코인 가격이 널뛰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는 지난 3월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이제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다'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설레게 하는 트윗을 올렸다.

머스크가 '이제 도지코인으로 테슬라 차를 살 수 있게 됐다'고 선언하면 또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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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 발행되는 코인.. 무한정 상승장은 없어

일론 머스크의 입방정에 코인 가격이 널뛰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는 지난 3월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이제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다’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설레게 하는 트윗을 올렸다. 가상화폐 가치에 대한 의심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기인의 파격적 발언은 코인 투자에 기름을 부으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후 머스크는 만우절인 4월1일 농담처럼 가상화폐의 하나인 ‘도지코인’을 달에 보낼 거라더니, 모래바람처럼 도지코인이 국제 금융시스템을 덮치는 풍자 사진을 올리고, 자신을 ‘도지코인의 아빠’로 지칭하는 등 연일 긍정적 발언을 내놨다. 그러더니 미 코미디프로 SNL에 출연해선 도지코인을 ‘사기’라고 비난하고, 이후엔 ‘도지코인을 테슬라가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문자 투표를 하는 등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그리고 지난 12일엔 돌연 트위터로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하며 투자자들을 패닉상태에 빠트리고선, 태연히 ‘도지코인과 시스템 효율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거나 ‘패닉에 빠지지 말라’고 트윗했다.
엄형준 경제부 차장
머스크의 발언으로 갑자기 주목받게 된 도지코인은 부동산 투자를 소재로 한 보드게임인 ‘모노폴리’나 ‘부루마불’의 장난감 지폐를 떠올리게 한다. 게임판 위의 땅만 살 수 있는 모노폴리 지폐처럼 무한정 발행되는 도지코인은 사실상 현실의 무엇인가를 살 수는 없다. 머스크가 ‘이제 도지코인으로 테슬라 차를 살 수 있게 됐다’고 선언하면 또 모를까.

다수가 인정하면 재화에 가치가 부여되는 게 자본주의 시스템인지라 코인 투자가 틀렸다고는 할 수는 없다. 누군가 사면 누군가는 팔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상화폐에 밀려 진짜 돈이 가치를 잃고 있는 이 상황은 역시 우려스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저금리가 지속되며 돈이 시중에 빠르게 풀렸고, 그 결과 전 세계 자산가격은 폭등했다. 진짜 돈을 들고 있으면 자연적으로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에서 투자처를 물색하는 건 자연스러운 경제적 행동이다.

그런데 투자가 너무 과열되면 어느새 대박의 꿈을 좇는 투기가 되고, 모두가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에 위험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주식이든 가상화폐든 상승장에서는 불행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 많고 미래는 장밋빛이다. 하지만 역사가 말해주듯 무한정 상승하는 장은 없다. 투기적 성격이 강할수록 상승곡선은 가파르고 하락곡선도 마찬가지이지만 ‘폭락’이 현실화할 때까지 투자자들은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투자를 하지 말라거나 이제 팔아야 할 때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지금을 투자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고 그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

변화무쌍한 투자 시장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위험에 대비하는 일이다. 위험자산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잃어도 문제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혹 빚투를 하고 있다면, 이자가 늘어나거나 더 나쁜 상황에 부닥쳐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돌아봐야 한다. 가상화폐는 디지털 코드이고, 컴퓨터 밖 세상에서 오늘을 살려면 진짜 돈이 필요하다.

위험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다. 아무리 머스크를 비난한다 한들 그가 아무것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엄형준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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