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운 건 '아빠'라는 이름

이정호 기자 2021. 5. 1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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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좌절 이겨내고..2부리그 득점 선두 질주하는 부산 안병준

[경향신문]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의 공격수 안병준은 재일교포 3세로 북한 축구대표를 거쳤다. 안병준이 부천FC1995와의 경기에서 전방을 바라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재일교포 3세…작년 2부 ‘MVP’
“강원 이적 무산 정말 힘들었지만
아이들·아내 생각에 마음 다잡아
부산 팬들의 열정, 큰 동기부여”
다시 한번 ‘승격 역사’ 정조준

안병준(31·부산 아이파크)을 일으켜 세운 것은 가족이었다.

안병준은 경향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하며 “아빠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잘해냈다는 것을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슬럼프를 극복한 안병준은 19일 현재 11경기에서 6골(2도움)을 넣어 K리그2(2부) 득점, 공격포인트 1위에 올라 있다.

악몽 같았던 지난겨울도 이제 웃으며 추억할 수 있다. 그는 “솔직히 K리그1에서 뛰지 못한다는 게 선수로 아쉬움이 매우 컸다. 그때는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정말 힘들었다”고 지난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안병준은 지난 시즌 K리그2 최고의 선수였다. 수원FC 소속으로 26경기에 출전해 21골(4도움)을 넣는 빼어난 활약으로 팀의 K리그1(1부) 승격을 이끌었다. 득점왕은 물론 최우수선수(MVP), 베스트11까지 싹쓸이했다.

수원FC와 계약이 끝나는 안병준의 오프시즌은 그야말로 장밋빛 기대로 가득했다. 실제 트레이드를 통한 강원FC행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메디컬테스트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며 이적이 무산됐다. 몸에 이상이 발견된 만큼 선택지가 줄어든 안병준은 이후 K리그2로 강등된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했다. K리그2를 평정하고도 기대가 컸던 1부리그 도전을 미뤄야 하는 현실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안병준의 슬럼프는 길지 않았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안병준은 “혹시 이 일(이적 무산)로 다음 시즌을 망치면 제 아이들이 나중에 컸을 때 아빠로서 창피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또 “많은 분들 덕분에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특별히 매일 격려해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재일교포 3세인 안병준은 북한 축구대표를 거친 K리거다. 앞서 량규사, 안영학, 정대세와 같은 케이스다. 일본 J리그 가와사키, 구마모토를 거쳐 2019시즌 수원에서 K리그에 데뷔했다. 안병준은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인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몸상태에 대한 의문 속에서도 자신을 영입한 팀에 대한 고마움도 숨기지 않았다. 안병준은 “어려운 상황에 있던 내게 손을 내밀어준 부산에도 감사하다. 팀에 합류한 첫날부터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동료들 모두 많이 도와줬다. 지금은 부산에서 뛰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에 최선을 다해 보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원 이적을 막은 것은 안병준의 무릎 문제였다. 과거 무릎 부상 이력도 있지만, 안병준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에도 빼어난 득점력으로 경기력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25골에 그친 부산은 이정협(경남FC)과 이동준(울산 현대)의 이적에도 안병준이 팀을 이끌며 승격 경쟁권(6위·5승1무5패)을 지키고 있다.

새로 자리 잡은 부산에서의 생활도 만족스럽다. 안병준은 “바다, 강, 산이 있고, 아이들이 놀 곳도 많다.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다정하다”며 “개인적으로 부산 팬들의 열정을 많이 느낀다. 팬들 덕분에 선수로서 큰 동기 부여가 생긴다”고 이야기했다.

안병준은 K리그2 역사상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득점왕을 시야에 뒀다. 그는 “지금은 득점왕보다 팀 전술 속에서 내 장점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며 “경기를 하면서 골 감각이 더 올라올 것이고, 동료들과 호흡도 좋아질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경기가 남았는데 한 시즌 동안 팀에 힘이 되는 것만을 목표로 한다”며 또 다른 K리그1 승격 역사를 조준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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