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부르는 '장시간 근무'.."수면시간이라도 달라"
[앵커]
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다 숨진 이선호 씨 사고를 계기로 KBS는 항만 노동자들의 안전 실태, 연속보도하고 있습니다.
항만에서는 주로 대형 화물을 다루기 때문에 몸집이 큰 장비가 많고, 인명사고 역시 상당 부분 중장비 때문에 일어납니다.
잠 잘 시간도 없이 일하다보니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데 중장비 기사의 얘기, 이재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조명이 모두 고장나 칠흑 같은 어둠에 덮인 군산항.
전조등을 켜 바로 앞만 겨우 보이는 상황에서 대형 화물차들이 하역 작업을 이어갑니다.
불빛 없는 현장에서 이런 위험한 작업이 몇 달 동안 계속됐습니다.
[이○○/항만 굴착기 기사 : "굴착기 삽끼리 부딪치는 경우가 많은데 차라리 그건 좋아요. 아 여기에 굴착기가 있구나 조심해야겠다. 좀 더 뻗어서 돌려버리면 작업자의 운전대를 쳐 버리거든요."]
조명등 하나에 의지해 중장비 여러 대가 밤새 화물을 옮기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굴착기나 화물차가 부딪치는 사고는 예삽니다.
10년차 중장비 기사 이 모 씨는 인명사고가 나는 것도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항만 굴착기 기사 : "와 이러다 진짜 내가 죽든가 아니면 내가 작업하다 다른 사람을 죽이든가…정말 누구 하나 죽어야 없어지려나"]
이렇게 밤샘작업이 많은 건 선박 일정을 맞춰야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배가 들어오면 하역 노동자들은 길게는 일주일 넘게 밤을 새기 일쑵니다.
잠 자는 시간은 겨우 하루 한두 시간, 열악한 환경에 수면 부족까지 더해지면 사고 위험은 더 커집니다.
이 씨도 작업중 깜박 잠이 들어 인명사고를 낼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잠결에 굴착기 팔을 돌려 근처에 있던 근로자를 칠 뻔한 겁니다.
[이○○/항만 굴착기 기사 : "만일 그 안에 사람이 있었으면 100% 압착이고. 제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멀쩡한 남의 가정을 망칠수도 있겠구나. 아 그때, 이건 진짜 아닌데 이건 진짜 아닌데…"]
수면 시간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장시간 노동 현장 '항만'.
언제 터질지 모를 산재 사고의 위험을 안고 항만 노동자들은 오늘도 밤샘 하역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김석훈
이재희 기자 (lee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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