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 [원도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는 요즘, 코로나19보다 더 큰 재앙이 세계를 덮친 것만 같다. 백신도 없고, 마스크 같은 최소한의 장비도 없는 ‘도덕 상실’이라는 전염병 앞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사람들은 그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거지? 지나가는 이를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만 깊어진다.
착한 사람만 손해 보는 것 같나요? 아무렴요.
권모술수를 장착한 이들 앞에 진심은 가치 없는 것이죠? 그런 것 같네요.
자고로 나만 등 따습고 배부르게 살면 되는 것 아닐까요? 진심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라면 심히 유감입니다.
유감, 유감.
미국에 갔을 때 들어간 상가마다 인종차별을 겪었던 날들, 한평생 여성으로 살면서 크고 작은 폭력을 감내해야만 했던 날들, 남성 중심 집단에서 소수 여성으로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노출되어야만 했던 촘촘한 혐오의 역사들, 그 모든 고통의 나이테가 코로나 시국보다 괴로웠다. 적어도 나에게는.
더 큰 재앙은 그런 고통의 크기가 커질 뿐 작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징조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무인도에 불시착한 한 무리의 남자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파리대왕>은 인간의 본성 탐구에 가깝다. 소년의 모습으로 인간이란 어떤 종족인지 대변하고 있는데 읽는 내내 퍽 씁쓸하다.
아무래도 나는 맹자의 성선설보다는 순자의 성악설에 마음이 더 기운다.
뒤틀린 세상에 나 혼자 양심을 지키며 선의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런 도덕의 마지노선에 다가설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인간의 조건이다. 올바른 교육을 받은 인간이라면 응당 행동해야만 하는 노선. 그 길을 걸으면 알게 된다. 적어도 나 혼자만 걷는 길은 아니라는 걸. 나는 이런 팬데믹 세상 속에서도 그 선의만을 믿고 싶다.
원도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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