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5·18 껴안기? "여전히 의례적 수준일 뿐"

장슬기 기자 2021. 5. 1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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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광주에 전향적 모습, 경향·한겨레도 긍정 평가 국민의힘 변화에 기대감
김윤철 교수 "정치권 여전히 '비5·18적'이다"…양당구조 하에선 5·18 왜곡 이어질 가능성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민주정의당(민정당)을 뿌리로 하는 국민의힘이 과연 변한 걸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18일 정부 주관 기념식에 참여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5·18유족회는 정운천·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5·18 단체의 국가보훈처 공법단체 승격' 등에 힘써줬다며 이들을 지난 17일 5·18추모제에 국민의힘 계열 정당 최초로 공식 초대했다.

경향신문·한겨레에서도 긍정적으로 다뤘다.

이날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2년 전 황교안 전 대표가 5·18묘역 뒷문으로 쫓겨나고 지난해 막말 파동을 일으킨 정당으로선 상전벽해”라며 “국민화합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진척”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19일 사설에서도 이 소식을 다루며 국민의힘을 긍정 평가했다. 한겨레도 18일 사설 “진영·지역 넘어, 시대정신 모아내는 5·18 되길”에서 “보답 차원이라고 하나 피해자들이 손을 내민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한용 한겨레 기자는 지난 16일 칼럼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19일 광주 무릎 사과를 했을 때만 해도 '정치적 이벤트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후 지속적인 광주 방문,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이 첫 지역일정으로 광주 방문, 이번 5·18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인 모습 등을 나열하며 “앞으로도 계속 5·18과 광주를 자기 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 19일 한겨레 1면 사진기사


언론의 긍정적 반응과 달리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18일 미디어오늘에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긴 하지만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여전히 선거게임과 절차에 한정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양당구조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지금의 현상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발표한 논문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정치·사회적 부정 및 왜곡의 지속구조”에서 왜 아직도 5·18에 대한 부정과 왜곡이 지속되는지 원인을 진단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지난해 8월 광주를 방문해 사과하고 당 일각에서 광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이후에 발표한 글이지만 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의사(가짜) 진보-보수 양당우위체제'라는 구조적 요인에 집중했다. 즉 현 체제가 변하지 않으면 5·18에 대한 부정이나 왜곡은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지난해 8월19일 오전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오월 영령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였다. 사진=국민의힘

김 교수의 논문을 요약하면 양당은 사회경제적 의제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마치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인 것처럼 자리잡으며 5·18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5·18이 국가폭력이나 독재에 대한 저항, 민중들의 민주화 열망으로 자리 잡고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역할로 규정한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한쪽에선 5·18을 신성화하고 다른 쪽은 5·18을 부정하는 형식으로 활용했다.

이에 5·18은 형식적인 상징으로 축소됐다. '5·18민주화운동'이라는 공식명칭에서도 보듯 광주라는 지역명이 빠졌는데, 이는 그만큼 광주로 대표되는 호남이 고립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분석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보면, 1990년대 3당합당으로 호남이 고립됐고 소선거구제로 지역주의가 선거에서 중요한 동원수단으로 유지됐다. 이에 보수진영에선 잊을 만하면 호남을 내부의 적으로 공격하며 유리한 진영구조를 점했다. 호남 공격은 곧 5·18에 대한 부정과 왜곡으로 이어졌다. 역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은 5·18을 신성시하며 호남, 특히 광주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18일 경향신문에 실린 김해원 동화작가의 칼럼을 보면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동화를 읽은 초등학생이 작가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5·18이 정치적으로 해석돼 반대세력이 5·18의 진실을 보여준 작품에 대해 공격하지 않나? 혹시 직접 공격받은 적 있나?”

이를 볼 때 5·18에 대한 진실이 알려지지 않아서 부정과 왜곡이 일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왜곡된 정치구조 때문에 5·18에 대해 이미 검증된 사실조차 공격할 만한, 혹은 공격해도 되는 것처럼 폄하됐다. 정치적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에 김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만 국민의힘이 기본적으로 반공·보수·지역 기반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기에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최근 야당의 광주 행보에 대해 “일시적 정략의 성격이 크고, 김종인 전 위원장이나 정운천·성일종 의원 같은 분들이 당 주류가 아니라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했다.

▲ 5.18을 이용해 온 정치권을 풍자하는 내용의 18일자 한겨레 만평

김 교수는 “이미 황교안 전 대표와 같은 강경파가 재등장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5·18에 대한 부정·왜곡은 또 나올 수 있다”며 “5·18을 정파적 정체성으로 동원하는 민주당 586 강경파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여야 할 것 없이 다들 5·18을 추모하고 계승한다지만 여전히 의례의 수준에서 그럴 뿐이지 5·18의 핵심 의미인 '공동체적 연대와 민중주체' 관점에서 볼 때, 정치권의 담론과 행태는 여전히 '비5·18적'이다”라고 했다. 선거를 위한, 선거에 한정된 수준의 정치행위라는 평가다. 흔히 '재야세력'이라 부르는 변혁세력이 5·18 정신을 충실히 계승한 세력으로 평가되지만 이들 역시 양당으로 흡수됐다.

18일 뉴시스는 5·18 망언으로 비판받았던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전 의원 등이 여전히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뉴시스는 “5·18에 대한 전향적 태도 변화라는 평가지만 여전히 당적을 유지하고 있어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 전두환 전역식 영상. 사진=광주KBS 갈무리

김 교수는 논문에서 현 의사(가짜) 진보 보수의 양당체제를 해체하고 5·18의 '실질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지역정당체제에선 5·18에 대한 부정과 왜곡은 사라질 수 없고 이는 법적 처벌로도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실질화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형식과 절차에 가두고 5·18을 기성 엘리트 주도의 권력게임의 재료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적 연대와 민중주체성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코로나 위기로 국가재정운용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정치권이 논의하고 있는 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봤다.

최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광주를 찾아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제도화를 위한 개헌'을 말했다. 헌법에 국민의 생명권, 안전권, 주거권 신설, 노동권과 교육권 확대 등 강화를 내용으로 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5·18 실질화를 위해 이 전 대표가 제안하는 사회경제적 권리 신장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개헌을 통해 구현될 성질의 것인지, 개헌이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라며 “사회경제적 권리 신장이 여전히 의사(가짜) 진보-보수 양당구도에 기생하는 기존 정치권이 주도하며 민중주도성에 대한 구상이 전혀 없는 점에서 기대난망”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사회경제적 권리 신장을 위해선 민중의 정책결정권(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분권과 자치에 대한 구상이 더 중요하다”며 “당장 노동·사회적 약자들의 결사권 등을 보장하고 정치사회 협의의 주체로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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