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스타벅스 부럽지 않다" 작은 카페 사장님의 롱런 비결은

김유태 2021. 5. 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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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향 커피팩토리 쏘 대표
15평 소규모점포 13년만에
노량진 일대 유명 카페로
브라질 커피콩 직접 수입
탄자니아 봉사이민 계획도
"커피맛은 누구에게나 평등"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고 있는 정소향 커피팩토리 쏘 대표. [사진 제공 = 쏘]
정소향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 '커피팩토리 쏘(SSOH)'는 대방동, 상도동, 신길동 일대의 유명 커피숍이다.

15평짜리 소규모 점포였던 '쏘'는 창업 13년 만에 6곳의 직영점포로 늘었다. 동네 작은 카페가 창업이라는 가시밭길을 걸으면서 프랜차이즈의 범람과 치솟는 임대료를 견뎌 장수한 것이다. "우리 카페는 스타벅스가 부럽지 않다"고 강조하는 작은 카페 사장님의 '롱런' 비결은 뭘까. '100년 가는 동네 카페 만들기'를 출간한 정 대표를 최근 전화로 만났다.

"가벼운 마음으로 창업한다면 90%는 망할 확률이 크다고 생각해요. 정답이 없는 창업에서 정답을 찾고자 한 길만 걸었습니다."

처음부터 정 대표가 커피에 사명감을 가진 건 아니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건축 관련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온 그는 다시 탄자니아로 돌아갈 '비용'을 벌고자 했다. 그러나 카페 경영은 만만하지 않았다. "개업만 하면 잘될 것이란 교만이 없지 않았어요. '1인 1잔' 정책에 화내는 손님, 갑자기 출근하지 않는 직원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안정기까지 3년 걸렸다. 커피 맛은 기본이었고, 단골을 만든다는 전략이었다. 10여 년 전엔 흔치 않았던 '선결제 쿠폰'을 도입한 점이 주효했다. 일본의 장수 커피숍은 빵을 직접 만든다는 점을 알고 카페에 베이커리를 구축했고, 코로나19가 시작되자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막 창업했을 때는 음료 품질의 완성도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객이 늘어나게 마련인데, 단골들을 간헐적인 방문이 아니라 매일 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선결제 쿠폰을 도입했어요. 시대 흐름에 적응해야 하니까요."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서자 생두를 직접 수입하기로 했다. 브라질로 날아간 그는 브라질스페셜티협회(BSCA) 홈페이지에서 농장을 검색해 가며 2주간 머물렀다. 낯선 한국인을 환대해준 플라날토 공장에서 생두를 노량진까지 가져와 파란색 로스팅 기계 아래에서 진땀을 흘렸단다.

'바리스타 자격증만 내세워선 안 된다' '한 나라에서만 원두를 수입해선 안 된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배운 것도 이때였다.

"한 나라 커피콩만 쓰면 맛이 변할 가능성이 커져요. 환경 문제 때문에 그 나라 커피콩 품질이 동시에 나빠질 수도 있고, 경제 상황에 따라 값이 급등하면 대체재로 쓰이는 다른 나라 원두 때문에 맛이 달라집니다. 해당 카페의 에스프레소는 그 집 '오너의 철학'이 담긴 맛인데 맛이 바뀌면 손님이 바로 알아차리니까요."

정 대표는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커피팩토리 쏘'에 모든 것을 바쳤다. 중앙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는 20대 젊은 나이에 코이카(KOICA) 봉사단원으로 학생들을 2년간 가르치다 귀국해 항로를 수정했다. '팀'으로 함께하는 지인들에게 회사를 맡기고, 부부는 아프리카로 돌아가 봉사자로 살겠다는 각오다.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아프리카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남은 삶을 바치고 싶어요. 그곳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더블 클릭'도 못하는데 가르쳐주면 우리와 다를 바 없이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이민 준비는 진즉에 마쳤고, 작년 6월에 떠나려 했는데 팬데믹으로 미뤄졌네요. 제가 있을 자리는 그곳인 것 같아요."

탄자니아로 돌아가면 정 대표 부부는 '커피팩토리 쏘 탄자니아점'을 낼 계획이다. 탄자니아 소시민들의 자립을 돕고자 계획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열정을 커피에 쏟아부은 정 대표에게 커피란 어떤 의미일까. "커피를 마시는 일은 누구나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젊은 층의 아메리카노도, 중절모를 쓴 7080분들에게도 커피 맛은 공평하니까요. 그 여유를 널리 공유하고자 합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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