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370만' 접종에도 휘청한 응급실..'한달 900만' 버틸까

서혜미 2021. 5. 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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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서울부민병원 20일간 4천명 접종에도 20% 더 붐벼
인구 57만 서울 강서구 정식 응급의료기관 두 곳뿐
전문가 "경증 이상반응 전담 응급실..보건소 야간대응 필요"
정환석 서울부민병원 응급의학과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부민병원 응급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부민병원의 응급실은 비교적 한산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간만에 찾아온 고요에 가깝다. 10층 건물에 299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인 부민병원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3주간 항공승무원과 사회필수인력 등 4023명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그 기간엔 매일같이 접종을 맞고 귀가했던 이들 중 십여명이 병원을 재차 찾아왔다. 60% 이상은 단순 발열이었지만, 두통이나 어지럼증, 두드러기, 접종 부위 통증 등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병원 응급실을 찾는 인원은 하루 평균 50∼60명인데 접종 기간에 응급실 환자가 약 20% 더 늘어난 상황이었다.

병원은 당시 환자들의 보상신청을 고려해 보건소에 이상반응을 최대한 신고해줬지만 업무에 상당한 하중이 뒤따랐다. 하루에 적어도 50통씩 걸려오는 응급 상담전화도 만만찮은데 백신 접종 기간엔 이상반응 상담전화가 십여통씩 더 들어왔다. 희귀 혈전증 부작용을 걱정해 혈전 검사를 해달라는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응급실을 찾은 의심 증상자들을 격리해 진단검사를 해야 하는 부담도 여전한 상황이다.

현재 방역 당국에선 백신 접종 이후 숨 쉬기가 곤란하거나, 온몸에 심한 두드러기가 나거나, 갑자기 의식이 사라지며 쓰러지는 등 긴급한 경우에만 119에 신고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해열제 복용으로 충분한 접종 뒤 단순 발열·근육통에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응급실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끊기지 않았다. 22~27일 이후 수백만명 규모의 고령층에 대한 접종 본격화를 앞두고 응급실 의료진이 긴장하는 이유다.

정환석 부민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단순 발열 증상자는 수액 처치 등을 하고 있다”며 “경증 이상반응 환자들이 몰려 응급실에 사용 가능한 병상이 부족하게 되면, 2층 외래 주사실 공간까지 사용하려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은 응급실 병상을 현행 11개에서 최대 17~18개까지 늘리는 계획을 짜놨다.

인구 57만명인 서울 강서구에서 검사장비와 여러 과 인력을 두루 갖추고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부민병원을 포함해 두 곳뿐이다. 시설·인력·장비 기준에 따라 지정된 응급의료기관 외에 응급의료시설로 분류된 종합병원 두 곳이 더 있고, 야간당직실을 운영하는 작은 병원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대규모 접종이 시작됐을 때 응급실들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정환석 서울부민병원 응급의학과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부민병원 응급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5월 하순부터 일반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의 대규모 접종이 시작되면서, 각 병원 응급실이 포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는 22일부터는 전국 예방접종센터 277개에서 75살 이상이나 노인시설 이용‧입소자, 종사자에 대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재개된다. 27일부터는 전국 1만4000여개 위탁의료기관에서 74살 이하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도 다시 시작한다. 정부는 상반기 1300만명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19일 0시까지 1차 접종자가 약 376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남은 한 달여간 900만명을 접종해야 한다.

문제는 하루 수십만명 규모로 한 달여간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경우, 이상반응이 나타난 사람들의 숫자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은 응급실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는 충남대병원의 유인술 교수(응급의학과)는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급증할까 걱정스럽다”며 “이상반응 환자가 늘어난다고 다른 일반 환자를 내보낼 수도 없고, 급작스레 시설을 확충할 수도 없어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 초기와 달리 이상반응 신고율이 점차 안정화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누적 이상반응 신고율이 접종 초기에 2%대였다가 최근엔 0.5% 정도로 낮아졌다”면서도 “5월 하순부터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두세배 더 접종하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응급실이 포화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허탁 대한응급학회 이사장(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이상반응 신고율이 0.5% 정도로 떨어졌지만, 응급실 현장에선 경증은 이상반응으로 신고하지 않는 곳도 많아 수치에 다 잡히지 않는다”며 “오는 9월까지 3600만명에 대한 접종이 이달 말부터 빠르게 진행되면 응급실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가 나타나면 보건소에서 야간에도 백신 이상반응 환자를 진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인술 교수는 “백신 접종 뒤 경증 이상반응 환자만을 전담하는 응급실을 지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혜미 김지훈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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