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희귀질환에 매년 600명 사망
삼성家, 소아 의료지원 앞장
◆ 소아 의료지원 나선 삼성家 (上) ◆
"우리 부부가 뭘 잘못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늘을 보며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2년 전 김 모씨(35)의 생후 3개월 된 딸은 '선천성 뇌질환' 판정을 받았다. 진단 이후 김씨 부부는 딸 치료에 매달리고 있다. 문제는 치료비다. 김씨는 "뇌전증약이 보험 적용이 안 돼 한 달 약값만 160만원"이라며 "아이가 커가면서 약 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 10㎏ 남짓인 아이 체중이 30㎏으로 늘어나면 매달 500만원의 약값이 들어가게 된다"며 한숨지었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아(0~14세) 백혈병 환자는 총 5011명으로 집계됐다. 백혈병을 포함해 소아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전체 환자는 1만5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소아암 환자는 매년 1300~1500여 명이 발생하며 이 중 4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질환을 앓는 어린이 환자는 10만명이며 이 중 매년 200여 명이 사망한다.
재계는 이 같은 소아암·희귀질환 환아와 가족들을 돕기 위해 소아 의료공백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소아암과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현 기자 / 박윤균 기자]
경제적 부담·정신적 피로…온 가족이 고통 시달려
소아암 환자도 전국 1만5천명
전문병원 11곳중 5곳 서울 몰려
지방 아이들은 진단도 못받고
치료 시기 놓치는 경우 많아
"투병 5년에 가정생활 무너져
약값 대느라 빚만 늘었어요"
'2010년 11월 26일'. 서울에 거주하는 이 모씨(53)는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운동 후 뼈에 통증을 느끼고 열이 나는 아들을 응급실에 데리고 갔던 그에게 의료진은 "피검사를 해보니 백혈구 수치가 높다. 혈액종양이 의심된다"고 말했고 추가 검진 결과 이씨의 아들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그날 이후 가족은 아들의 치료에만 매달렸다. 다행히 아들은 2016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들은 백혈병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급성폐렴을 앓고 그 후유증으로 폐 기능이 정상의 절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씨는 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아이가 기침을 심하게 해 아침 일찍 서울대병원으로 달려가 급성폐렴 진단을 받고 바로 항생제 치료 등을 받았다"며 "1~2시간만 늦게 병원에 갔어도 생사가 뒤바뀔 수 있었다. 지방이 아닌 서울에 살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소아암은 조기 치료 시 완치율이 높지만 중증 환아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전국에 11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서울에 절반가량인 5곳이 몰려 있는 등 열악한 인프라스트럭처 탓에 환아와 가족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에만 10만여 명에 달하는 희귀질환 환아들이 처한 상황 역시 이와 비슷하다.
국훈 화순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방에 거주하는 환아들은 진단조차 제때 받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하거나 중대한 후유증을 겪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희귀질환 종류만 수천 종에 달하는데 각각의 질환에 대한 전문가가 없으면 병원에 가더라도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방 병원들의 경우 경제 논리에 따라 전문가 채용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전문 의료진과 최신 시설을 갖춘 대형병원에는 환아들이 몰려 병실이 부족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소아 환자들을 위한 병상이 부족해 응급실에서 며칠씩 대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아가 응급실 대기 중에 다른 질병에 감염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질병과 싸우는 환아뿐만 아니라 가족이 겪는 어려움도 크다.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의 부모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투병생활 자체가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토로한다. '리 증후군'이라는 중추신경계 희귀질환으로 9년 동안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아이를 둔 조 모씨(43)는 "9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법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가장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자녀가 혈액암으로 투병생활을 했던 나 모씨(41)는 "치료 첫해에만 2500만원 넘게 들었고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인해 호르몬 치료와 정서 치료를 하면서 5년간 5000만원 이상을 썼다"고 말했다. 나씨는 "의료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항암제 치료를 할 경우에는 1억원 이상이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 하는 약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지홍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환아의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수가 인상과 기부 등을 통해 희귀질환 치료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가족의 기본적인 생활 영위를 위한 간병 인력과 시설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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