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 IT개발자 찾아 동남아로.."인건비 절반, 실력도 갖춰"

오대석 2021. 5. 19. 1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발자 구인난에..베트남 등 아웃소싱 급증
"20년 경력, 개발 해드립니다"
능숙한 한국어 메시지로 제안
기획·설계는 국내서 하고
단순 코딩은 현지에 맡겨
창업 열기 뜨거운 베트남
한국인 임원 두고 영업도
핀테크 전문기업 웹케시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진행한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인력 양성 프로젝트`에 캄보디아 청년들이 필기시험을 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웹케시]
# 연매출 2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최근 신규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베트남 개발사의 손을 빌렸다. 기획부터 설계까지는 자체 개발자가 맡았지만, 대부분의 단순 코딩 업무는 다른 스타트업 대표를 통해 알게 된 베트남 개발자들이 담당했다. A씨는 "국내에 개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들이 개발자 모시기 경쟁을 벌이면서 대기업도 아닌 스타트업은 충분한 자체 개발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졌다"며 "당초 예정된 사업 계획에 맞추려면 해외 개발자의 손이라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걱정과 달리 개발자들의 코딩 수준도 크게 떨어지지 않아 놀랐다"고 설명했다.

# 또 다른 스타트업 최고기술책임자(CTO)인 B씨는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트인을 통해 베트남 정보기술(IT) 업체의 개발 외주 제의를 받았다. 메시지는 정확한 한국어로 "미국, 한국 기업의 개발 대행을 수년간 맡아왔다"며 회사를 소개했다. B씨는 "베트남 업체에 일을 맡기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개발 인력 부족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동남아나 인도 등 해외 전문 개발사에 외주를 맡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동남아 지역의 개발자들에게 일부 개발 업무를 맡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내에선 고질적인 개발자 부족 탓에 네이버, 카카오뿐 아니라 우아한형제들, 직방, 당근마켓 등 규모가 큰 스타트업까지 개발자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처우 개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은 서비스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개발자 몸값이 뛰면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개발 비용이 상승한 것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 개발자의 손을 빌리는 이유다. 이전에는 개발 외주 기업들이 중국, 인도에 본사를 둔 곳이 많았으나 인건비 상승으로 동남아로 옮겨가는 추세다. 한국서 개발자 몸값 인상 경쟁이 벌어진 올해 초부터는 중견기업들도 동남아 개발자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박대선 레클 베트남 법인장은 "올해 초 한국서 개발자 연봉 인상 릴레이가 벌어진 뒤 외주 개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최상위 기업으로 몰리니까 코스닥에 상장한 중견기업마저도 안정적으로 개발자를 수급하지 못해 개발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클은 국내 IT 스타트업으로, 현지 개발자와 한국인 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이뤄진 베트남 법인을 통해 개발 아웃소싱 사업을 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특히 베트남 지역의 IT 개발사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미 'S3코퍼레이션' '애자일테크(AgileTech)' '인앱스(inapps)' 등 다수의 베트남 기반 업체들이 국내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 업체 중에서는 한국인을 대표로 선임하거나, 임원·개발팀장을 맡기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들을 통해 외주를 원하는 한국 기업의 사업을 따오는 구조다. 또 한국어 능통자를 선발해 개발이 필요할 것 같은 기업에 이메일이나 링크트인 메시지를 보내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베트남은 경험 있는 IT 개발 인력이 배출되기 위한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스타트업 창업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고, 교육 수준도 높은 편이다. 이효섭 플랫팜 대표는 "예전에는 베트남 개발자의 수준이 한국 개발자의 70~80% 정도에 그친다고 했지만, 현재는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며 "업무 외 시간에 시니어 개발자들이 개발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하는 등 학구열이 뜨겁다"고 전했다. 플랫팜은 인공지능(AI) 이모티콘 추천 솔루션 '모히톡'을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으로, 베트남 캐릭터 사업을 위해 현지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모히톡은 삼성전자 갤럭시, 구글의 움짤 공유 사이트 '테너(Tenor)', 베트남 1위 메신저 '잘로(Zalo)' 등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2억명 이상 이용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개발자를 구하기 힘들고, 국내 개발 대행업체가 요구하는 비용도 오른 상황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가 새로운 대안이 된 셈이다. IT 업계에 따르면 이들이 제시하는 개발 단가는 국내 개발사를 통한 비용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예를 들어 개발자 1인당 1000만원이라면 동남아 개발사들은 1인당 최대 500만원 정도라는 것이다.

베트남 외주를 맡겨본 기업들은 국내 우수 개발자처럼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개발까지는 한계가 있지만, 단순 코딩 업무는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한 개발자는 "아직까지 동남아 개발사에 모든 개발 업무를 맡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저렴하게 쓸 만한 수준의 서비스를 원하는 경우에는 동남아 개발자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