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설욕..시즌 첫패 안긴 보스턴 완파

이용건 2021. 5. 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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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타선 잠재운 완벽한 투구로
7이닝 7탈삼진 무실점 시즌4승
동료들도 공·수서 완벽 도움 줘
선두 보스턴에 반 경기차 추격
류현진이 19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 무실점 경기로 시즌 4승째를 따냈다. [USATODAY = 연합뉴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같은 지구 1위이자 리그 최고 강타선을 가진 보스턴 레드삭스는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한 번도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했다. 에이스의 호투 속에 타선이 폭발한 토론토는 선두와 승차를 반 경기까지 좁혔다.

류현진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보스턴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4피안타 7탈삼진 무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4승째(투구 수 100개)를 따냈다. 평균자책점(ERA)은 기존 2.95에서 2.51까지 낮췄다.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의 방망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두 시즌 연속 ERA 2점대를 기록 중인 류현진 앞에선 의미가 없었다.

에이스가 반드시 호투해야 하는 경기였다. 보스턴은 토론토와 같은 AL 동부지구의 1위 팀으로, 토론토가 최근 10경기에서 7승을 따내며 보스턴을 1.5경기 차까지 추격하던 상황이었다. 특히 리그 30개 구단 중 팀 타율 3위, OPS(출루율+장타율) 1위, 홈런 6위, 득점 1위인 보스턴은 지난달 18일 류현진(5이닝 4자책)에게 시즌 첫 패를 안긴 팀이었다.

하지만 부상 복귀 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류현진은 보스턴 타자들이 제 스윙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똑같은 투구 자세에서 나오는 네 가지 구종(포심 패스트볼·컷 패스트볼·체인지업·커브)은 일정한 패턴 없이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고 보스턴 강타자들은 느린 변화구 이후 날아오는 시속 140㎞대 후반의 패스트볼에 연신 느리게 배트를 휘둘렀다.

류현진은 보스턴 타자들을 완벽히 연구한 모습을 보여줬다. 중심타자 산더르 보하르츠를 상대로 두 번째 타순부터 아예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다거나, 라파엘 데베르스에게 패스트볼만 연달아 던지면서 아웃카운트를 쌓는 등 예측이 불가능한 투구 패턴을 보여줬다. 한 이닝에 두 개 이상 안타를 맞은 것도 4회초가 유일했으며 마지막 우타자를 잡아낸 안쪽 낮은 패스트볼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직전 등판 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류현진을 도왔던 테오스카르 에르난데스는 이날 결정적인 수비로 류현진이 7이닝까지 등판할 수 있게 만들었다.

5회초 보스턴 선두타자 헌터 렌프로가 날린 타구는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 코스였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타구가 펜스를 맞고 떨어지는 위치를 계산해 공을 잡은 후 정확하게 2루로 송구했고 태그 아웃을 만들어냈다. 유격수 보 비?이 실책 1개를 포함해 다소 불안했지만 3루수로 출전한 산티아고 에스피날이 3루 쪽으로 날아온 어려운 타구를 두 번이나 안정적으로 처리해주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타선은 '류현진이 등판한 날 이겨야 한다'고 작심한 듯 보스턴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2번 마커스 시미언부터 6번 루르데스 구리엘 주니어까지 중심타선은 이날 도합 13개의 안타를 터뜨렸다. 류현진의 단짝인 포수 대니 잰슨(2안타)은 가장 중요했던 2회말 첫 타점을 올렸다. 이날 토론토가 친 18개 안타는 올 시즌 팀 최다 안타였다.

류현진에겐 앞으로 3년간 가장 많이 상대해야 할 보스턴을 극복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동안 류현진은 보스턴을 상대로 3번 선발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ERA 4.24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은 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7이닝 투구를 완성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컨디션과 제구가 저번 경기와는 달랐다"며 "상대를 알고, 내가 준비한 방식들을 생각하고, 한번에 너무 무너지지 않으려는 생각이 제구를 좋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호투를 펼치자 찬사가 이어졌다. 토론토는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류현진은 자신이 엘리트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영문으로 'Ryu is mesmerizing(최면을 걸듯 매혹시키다)', 한글로 '류는 매혹적입니다'는 글로 류현진을 칭찬했다. 인스타그램에는 화요일(Tuesday)과 류현진의 성을 섞어 "류스데이(Ryuesday). 우리의 에이스가 7이닝 삼진 7개 무실점을 했다"고 적기도 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이 보스턴의 좋은 라인업을 상대로 7이닝을 막아냈다며 "빈티지(vintage) 류였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류현진이 거장다운(masterful) 7이닝 투구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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