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승희, 꽃길 초입서 비상을 앞둔 파랑새
아이즈 ize 글 최재욱 기자

찻잔을 앞에 두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주위의 시선을 끌어 모을 만한 남다른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오르는 배우 홍승희는 완연한 봄날 활짝 핀 벚꽃의 발랄함과 우아한 목련의 진중함을 동시에 지닌 화수분 같은 매력의 소유자였다. 만능 엔터테이너 아이유를 닮은 듯한 청초한 외모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낭랑한 목소리,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 풍부한 감성까지.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홍승희는 화제작에 잇달아 캐스팅되며 ‘대형신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tvN 드라마 ‘나빌레라’(극본 이은미, 연출 한동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극본 윤지련, 연출 김성호)로도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외에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러브콜을 받으며 높은 주가를 과시하고 있다. ‘나빌레라’ 종영 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승희는 “주목받는 걸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민망한지 폭소를 터트린 후 소감을 털어놓았다.
“정말 얼떨떨하네요. 요즘 하는 모든 경험이 첫 경험이라 기분이 참 새로워요. 드라마를 끝낸 후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기사들이 매일매일 나와 제가 한 말을 기사로 읽는 기분이 참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드디어 배우가 됐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세요. 요즘 제 기사 보는 낙으로 사시는 것 같아요. 대놓고 말씀은 못하고 ‘요즘 드라마 ‘나빌레라’ 봤어?'로 시작해 제가 나온다며 주위에 은근슬쩍 자랑하시더라고요. 부모님이 그리 좋아해주시니 즐거움을 더 드리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는다는 여고생처럼 까르르 웃으며 고향인 충남 온양에 살고 계신 부모님 이야기를 늘어놓는 홍승희. 수많은 여배우들이 고질적으로 갖고 있다는 ‘낯가림’은 1%도 없는 발랄 쾌활한 명랑소녀였다. 그가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건 어머니의 권유 덕분이다. 홍승희가 입시를 앞두고 진로로 고민할 때 어머니의 한마디가 인생의 키를 바꾸어놓았다.

“정말 뭘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게 없으니 막다른 길에 다다른 느낌이었어요. 그때 어머니가 ”배우는 어떠니?“라고 말씀하셨는데 귀가 솔깃했어요. 그러나 처음엔 엄두가 안 났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았죠. 그러나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서울에 있는 연기학원에 가서 참관수업을 들었는데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재미있고 새로운 신세계였어요. 그래서 그 후 매일 방과 후 고속버스로 서울에 오가며 연기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했어요. 대학에 들어온 후 현재 소속사(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왔는데 아주 작은 역할부터 시작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역할이 차츰차츰 커지더라고요.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일희일비 하지 않고 묵묵히 달리다보면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빌레라’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박인환)과 스물셋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송강)의 성장을 그린 사제듀오 청춘기록 드라마. 홍승희는 이제 대기업 인턴사원으로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딛은 덕출의 손녀 심은호 역을 맡았다. 비정한 현실에 고통 받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는 청춘의 패기'를 공감가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1997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스물다섯이 된 홍승희는 같은 또래인 은호 역을 연기하며 많은 위로와 힘을 받았단다.
“직장생활을 안 해 봤으니 제가 겪었던 경험들 중 비슷한 경험들을 떠올리면서 캐릭터를 준비해갔어요. 근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은호가 정말 대단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라면 정말 낙담하고 좌절했을 것만 상황인데 이 친구는 절대 안 쓰러져요. 그리고 일어나더라고요. 그런 은호를 연기하면서 저 자신도 응원하게 되고 힘을 받는 기분 좋은 경험을 했어요. 전국의 많은 청춘들이 은호를 보면서 힘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나빌레라’를 보면서 느껴지는 홍승희의 배우로서 최대 장점은 밝고 건강한 에너지와 단어 하나도 귀에 꽂아주는 듯한 신인답지 않은 정확한 발성. 오디션만 보내면 반드시 역할을 따온다는 소속사 직원들의 자랑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껴지는 또 다른 장점은 나이답지 않은 배포다. 두려운 것도 꺼리는 것도 없는 모든 게 다 재미있고 신나는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듯했다.

“발음이 좋다고요? 기분 좋은 칭찬인데요. 고등학교 때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돌아가면서 낭독을 시킬 때가 있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제가 읽는 걸 보고 ‘저렇게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웃음) 전 사실 오디션에 갈 때 떨거나 긴장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에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지는 않아요. 최선을 다해 되면 좋고 아니면 내 거가 아니었던 걸로 생각하곤 하죠. ‘나빌레라’ 오디션 때도 끝난 후 느낌이 좋았어요. 그러나 그렇다고 꼭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갑자기 부담이 왔어요. 정말 대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해야 하는 큰 작품이니 막 떨리더라고요. 그러나 첫 대본 연습날 선배님들을 만나니 그 부담이 금세 풀렸어요. 모두가 정말 따뜻하고 배려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홍승희는 데뷔 초부터 ‘아이유 닮은꼴’로 화제를 모았다. ‘칸의 여왕’ 전도연의 데뷔 초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는 말도 있다. 이런 찬사들이 아직 데뷔 3년차인 신인에게는 인지도를 올리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부담이 될 법도 하다. ‘아이유와 진짜 닮았다’는 기자의 찬사에 홍승희는 폭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과찬이세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분과 비교가 될 수 있겠어요.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이세요. 노래도 잘하시고 연기도 정말 잘하시잖아요? 전 노래 정말 못해요.(웃음) 많은 분들이 제 목소리만 듣고 노래를 잘할 거라고 예상하시는데 진짜 못해요. 롤모델요? 너무 많아 누구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예요. 새로운 작품을 볼 때마다 매번 바뀌거든요. 모든 선배님들이 제 우상이에요. 그 선배님들의 장점을 하나씩 하나씩 흡수해 내 안에 저장해놓았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싶은 마음이 커요. 욕심이 좀 큰가요?(웃음)”
최재욱기자 jwch69@ize6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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