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도, 행운도, 타선지원도..완벽했던 RYU '군자의 복수'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21. 5. 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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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미국 프로야구 토론토의 류현진이 19일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홈 경기에서 1회 선발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더니든|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중국의 격언 중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그만큼 앙갚음에 앞서서는 차분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뜻인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이 의미를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류현진이 올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보스턴을 상대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류현진은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을 4안타 무사사구 7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팀은 보스턴에 8-0으로 크게 이겨 류현진은 개인 3연승을 포함해 시즌 4승째(2패)를 따냈다.

흠을 잡을 수 없는 투구였다. 7이닝은 올시즌 개인 최다이닝 투구이며, 7개의 삼진 역시 최다였다. 그리고 사사구가 없었다. 투구수 100개도 올시즌 개인 최다였는데 스트라이크가 67개, 볼이 33개로 이상적인 비율을 유지했다.

류현진이 올시즌 7이닝 투구를 한 적은 두 번이었다.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지난달 8일 텍사스전과 직전 등판인 지난 13일 애틀랜타전이었는데 두 경기에서 각각 2실점과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지만 실점은 있었다. 토론토에서는 류현진 외에 올시즌 7이닝을 던진 투수가 없었다.

시즌 세 번째로 7이닝 투구를 한 류현진은 최근 2경기 연속으로 7이닝을 던지며 팀 내 대체불가 에이스의 위용을 과시했다. 시즌 평균자책도 2.95에서 2.51로 떨어뜨렸다.

이날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우타자 몸 쪽으로 예리하게 휘는 커터와 바깥쪽으로 가라앉는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조화했다. 체인지업을 26개, 커터를 21개 던졌다. 그리고 슬라이더와 커브, 좌타자의 몸 쪽으로 역회전으로 휘는 싱커성 투심도 던졌다. 7회초 2사 후 헌터 렌프로에게 루킹삼진을 잡아낸 마지막 아웃카운트의 결정구 역시 이 투심이었다. 보더라인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류현진의 제구에 보스턴 타자들은 연이어 얼어붙었다.

행운도 따랐다. 류현진은 1회초 첫 타자 키케 에르난데스와의 승부에서 초구부터 홈런성 타구를 맞았다. 이는 우측 펜스를 넘길 뻔 했지만 바람이 오른쪽으로 강하게 분 덕에 파울홈런이 됐다. 파울을 확인한 류현진의 크게 웃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첫 투구부터 홈런을 맞았으면 다시 흔들릴 뻔 했던 멘탈도 빠르게 정상을 찾았다. 에르난데스를 삼진 처리했으며 1회초를 무난하게 넘어갔다. 4회초 알렉스 버두고에게 2루타를 맞고, 산더르 보르하츠에게 유격수 방향 내야안타도 맞으며 1사 1·3루에 몰렸지만 후속타자들에게 모조리 뜬공을 유도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류현진은 더욱 차분해졌다.

타선의 지원도 확실했다. 토론토 타선은 2회말 2사 1·3루에서 대니 잰슨의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고, 4회말 마커스 시미언의 적시타와 보스턴 우익수 렌프로의 3루 송구실책으로 연이어 점수를 뽑았으며 보 비셋이 적시 2루타로 점수를 추가하며 4회까지 4점을 몰아줬다. 5, 6회에도 각각 1점씩을 추가한 토론토는 류현진에게 6점의 넉넉한 득점지원을 하면서 어깨를 가볍게 했다.

보스턴전의 1승은 류현진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미국 진출 이후 9시즌 동안 류현진은 보스턴을 정규시즌에서 3번 만났다. LA 다저스 시절인 2013년 5이닝 5안타 4실점으로 패전을 안았고, 2019년에는 7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지만 불펜이 승리를 날렸다. 한국인 최초 월드시리즈 등판이었던 2018년 월드시리즈 2차전 상대도 보스턴이었다. 당시 4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은 류현진은 결국 5회에 3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을 안았다.

4경기에서 3패를 안겼던 보스턴에게 멋지게 앙갚음한 셈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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