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포미니츠', 원작 영화 감동은 어디로..무대 연출 한계 드러내

이향휘 2021. 5. 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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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에서 마지막 4분의 광기어린 연주를 하는 제니역 김환희.
원작 영화가 너무 강렬해서일까. 극의 하이라이트인 제니의 마지막 4분 피아노 연주를 뒤로하고 국립정동극장을 빠져나오는데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뮤지컬 '포미니츠'는 2006년 동명의 독일 영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교도소에서 60년간 재소자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온 거트루드 크뤼거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는 2007년 독일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수작이다. 배우 겸 예술감독 양준모가 2007년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자마자 "무대화시키고 싶다"고 결심했을 정도다.

큰 줄거리는 음악 교사 크뤼거가 살인죄로 복역 중인 18세 천재 소녀 '제니'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와 함께 콩쿠르를 준비하는 이야기다. 크뤼거의 인정에 목말라하는 교도관 '뮈체'는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로 제니를 질투한다.

세대를 뛰어넘는 두 여성의 교감과 위로,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천재 소녀의 성장 이야기가 감동 포인트다. 하지만 뮤지컬 '포미니츠'는 영화의 감동을 무대 언어로 바꾸는 데 적잖은 한계를 드러낸다. 우선 영화에서 빛났던 제니의 피아노 연주가 정작 뮤지컬 무대에서는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제니 역을 맡은 배우들이 전문 연주자가 아니다 보니 피아니스트를 섭외해 무대 한편에서 호흡을 맞추는 현실적인 방법을 택했지만 시선과 소리가 분산돼 제니에게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제니가 모든 것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아예 드러내는 방식이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래서 뒤로 수갑을 찬 채 건반을 치는 장면, 마지막 4분의 클라이맥스 연주가 주는 파격과 감동이 전해지지 않는다.

인간의 구원을 얘기하는 음악도 극의 주제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는다. 차별과 편견을 딛고 연대하는 사람들 이야기에 신의 구원을 노래하는 가사가 나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공연은 오는 23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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