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전역에 퍼진 미술 선생님의 선행..'커뮤니티 팬트리' 확산

김미루 2021. 5. 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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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전역, 1,070여 개 커뮤니티 팬트리 운영

“집단행동 자제” 필리핀 정부와의 마찰도

필리핀 전역에 커뮤니티 팬트리(community pantry)가 확산되고 있다. 커뮤니티 팬트리는 이웃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식료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집 안에 남는 식료품이나 약품 등이 있으면 기부하고 해당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를 가져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정해진 기부자나 수혜자는 없다. 기부할만할 물건이 있으면 기부하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조건 없이 가져가면 된다.

필리핀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커뮤니티 팬트리를 처음으로 시작한 아나 패트리샤 논(Ana Patricia Non)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도울 방법을 끊임없이 찾았다. 패트리샤는 필리핀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고 지난 2017년도 필리핀 칼리보에 있는 Northwestern Visayan Colleges에서 여름 학기동안 미술 선생님으로 교직생활을 했다. 현재는 작은 가구 리폼 회사를 운영하며 주변 이웃들을 돕고 있다.

패트리샤는 지난 4월14일 대나무로 만든 카트에 여러 가지 식료품을 담아 마긴하와 거리로 나왔다. 커뮤니티 팬트리 앞에는 “기부할 수 있는 것을 기부하세요.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져가세요” 란 문구를 적었다. 패트리샤는 행인들에게 물건들을 나눠줬고, 그 후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패트리샤의 커뮤니티 팬트리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마긴하와 거리를 포함한 다른 곳에서도 커뮤니티 팬트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류 팬들도 동참

필리핀 커뮤니티 팬트리 데이터에 따르면 메트로 마닐라를 포함한 필리핀 전역에서 1,067개의 커뮤니티 팬트리가 현재 운영되고 있고, 이는 점차 확산 중이다. 한류 팬들 또한 커뮤니티 팬트리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4월19일 메트로 마닐라 말라본시티에서 K-pop 그룹인 EXO를 홍보하기 위해 커뮤니티 팬트리를 열었다.

같은 날 카비테에서는 방탄소년단 팬들이 두 개의 커뮤니티 팬트리를 오픈해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를 했으며, 4월 21일 발렌주엘라 시에서도 레드벨벳, NCT 팬들이 코로나 19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커뮤니티 팬트리를 열었다. 지난 5월 3일에는 K-pop 아티스트 김세정 팬들이 퀘존시티에서 커뮤니티 팬트리를 열어 정어리, 달걀, 채소류를 진열해 놓고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칼리보 커뮤니티 팬트리 ©김미루

커뮤니티 팬트리 위치 알 수 있는 앱도 개발

현지 언론 라플러(Rappler)에 따르면 지난 4월 18일 필리핀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칼 자모라린(Karl Jamoralin)은 사람들에게 더욱 편한 커뮤니티 팬트리 이용을 위해 ‘커뮤니티 파인더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을 통해 커뮤니티 팬트리의 위치는 물론 팬트리 물품들 또한 볼 수 있다. 4월28일 기준, 797개의 커뮤니티 팬트리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 앱을 개발한 자모라린은 라플러와의 인터뷰에서 “이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의견을 전했다.

반정부적 움직임?...정부와의 마찰도

커뮤니티 팬트리가 시작된지 7일 째 되던 날, 정부에서 패트리샤를 공산주의자 로 낙인(red tagging) 찍으며 커뮤니티 팬트리 중단을 지시했다. 커뮤니티 팬트리가 공산주의 선전을 위한 ‘위장된 행위’라는 이유였다.

현지 언론 ABS-CBN에 따르면 지난 5월 3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커뮤니티 팬트리를 이용하는 것은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집 밖에 나가지 말고 정부의 원조를 기다려야 한다”고 담화문을 발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커뮤니티 팬트리를 이용하지 말고 바랑카이 캡틴과 소통한 뒤 식료품을 얻는 방법도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해당 문제의 진실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한 필리핀 대학 졸업생은 온라인 미디어 콘퍼런스를 열었다.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파트리샤는 단지 사람들이 돕기 위해 커뮤니티 팬트리를 시작했다. 그는 대학시절에도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무료 미술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하며 “커뮤니티 팬트리가 반정부정 성격을 띤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 강조했다.

필리핀 칼리보 = 김미루 글로벌 리포터 rlaalfn1@naver.com

■ 필자 소개

전 여행기자

필리핀 현지 사립학교 한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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