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언제 끝나나요?" 집에 갇힌 필리핀 아이들

박남숙 2021. 5. 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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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정부, 지난 1년 동안 미성년자 외출 금지 조치 반복

1년 넘게 집에 갇혀 있는 서민층·빈곤층 아이들 고통 심각

“아이들이 방역 지침 준수하며 지속적으로 외부활동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필리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추이에 따라 락다운(Lockdown)에 가까운 강화된 봉쇄 조치(ECQ)와 완화된 봉쇄조치(GCQ)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봉쇄 정도에 따른 미성년자들의 외출금지 및 야외활동 제한도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5월 13일자 CNN 필리핀(CNN PHILIPPINES)의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5월 15일부터 메트로 마닐라 지역(Metro Manila)을 완화된 봉쇄(GCQ)로 전환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완화된 봉쇄(GCQ)에서도 18세 이하 미성년자들의 비필수 외출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필리핀 정부는 밝혔다.



◆필리핀 마닐라 지역의 마을, 아이들을 위해 설치된 텅 빈 농구장 ⓒ박남숙

이미 지난 1년 동안 반복적으로 적용돼오던 18세 이하 미성년자들에 대한 외출금지 및 야외활동 제한 조치로 많은 아이들이 고통을 받아왔다. 특히 불투명한 대면 수업 일정과 반복되는 외출 금지 조치로 1년 넘게 좁은 집에 갇혀 지내야 하는 서민층 이하 필리핀 아이들의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필자는 필리핀 마닐라 라스피냐스, 마틴 빌(Las Pinas, Martin Ville)에 거주하고 있는 14세 여학생 자메인(Jamain Dulay)을 만나 지난 1년 동안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했던 고충에 대해 들어보았다.

◆어머니의 식당 일을 돕고 있는 14세 소녀 자메인 ⓒ박남숙

Q. 자메인의 하루 일과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 해 주세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어머니 대신 집 청소를 해요. 그리고 어머니께서 운영하시는 집 앞의 작은 야외 식당과 가게에서 설거지도 하고, 심부름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요. 특히, 점심시간에 손님이 많기 때문에 그때가 가장 바빠요. 그 일을 빼고는 그렇게 중요한 하루 일과가 없어요."

Q.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학교 폐쇄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을 텐데, 학교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사실 배우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공립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가서 학습지를 받아오는 모듈 학습을 하고 있어요. 그것을 혼자 공부하고 일주일 뒤에 학교에 갖다 줘요. 그리고 다시 새로운 학습지를 받아 오는게 전부예요. 특별히 배우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많이 불안해서 학습지 공부라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받아 온 학습지로 모듈 학습을 하고 있는 자메인 ⓒ박남숙

Q.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친구들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요?

"페이스북으로 친구들을 만나요. 실제로 친구들을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순간이 가장 즐겁고 좋아요.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요. 그리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우울한 느낌도 없어져요."

Q. 친구들과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해요?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도 하고, 학교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해요. 언제가 친구가 이런 생활이 익숙해졌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저도 이런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겁이 났어요. 코로나가 끝나지 않을까봐. 학교에 계속 못 가게 될 까봐 겁이 나요. 작년까지만 해도 희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한 달 뒤에는 좋아지겠지? 다음 달에는 봉쇄가 풀리겠지? 학교에 갈 수 있겠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이야기 안해요."

◆좁은 방에서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내는 자메인 ⓒ박남숙

Q.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지내는데,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 집은 방이 2개 있어요. 그런데 식구는 아버지, 어머니, 5명의 오빠, 그리고 저, 8명이에요. 5명이나 되는 오빠들과 좁은 방에서 함께 지내야 하는게 힘들어요. 방에서 휴대폰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는데 더워서 짜증도 나고, 많이 심심하기도 해요. 예전에는 밖에 나가서 동네 아이들과 놀았는데, 요즘 저희 동네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부모님께서 집 근처에도 못 나가게 하세요."

Q. 부모님께서 자메인의 공부를 도와주거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하지는 않아요?

"부모님은 항상 바쁘세요. 8명이나 되는 가족을 위해 일을 하셔야 하니까요. 아버지는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 하시고, 어머니는 하루 종일 식당 일을 하세요. 부모님은 저보다 더 힘드시다고 말씀하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공부는 제가 알아서 해요. 가끔은 부모님께 짜증도 내고 불평도 하지만, 그러고 나면 후회가 돼요. 부모님께서 많이 힘드신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Q. 지금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예요. 학교에 가는 거예요. 코로나가 끝나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전에는 학교에 가는게 싫었는데 지금은 학교에 가는 게 소원 이에요.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간식도 사먹고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공부도 더 열심히 할 거예요."



◆미성년자 외출금지 조치로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리핀 아이들 ⓒ박남숙

지난 4월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스코(Gideon Lasco)는 필리핀 주요 매체인 인콰이어러(inquirer)의 기고문을 통해 반복되고 있는 필리핀 정부의 미성년자 외출금지 조치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필리핀 아이들은 지난 1년동안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외부활동을 할 수 있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많은 공원과 녹지 공간을 아이들을 위해 제공해 주어야 한다. 건강한 신체 활동, 신선한 공기 그리고 햇빛에 아이들을 노출시켜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필리핀 마닐라 = 박남숙 글로벌 리포터 sinamsuk@hanmail.net

■ 필자 소개

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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