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때 다른'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홍진수 기자 2021. 5. 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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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애플 로고


#2016년 애플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소송까지 불사하며 맞섰다. 수사당국이 테러범의 아이폰에 접근하기 위해 암호를 풀어달라고 요구하자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최고경영자 팀 쿡은 “정부가 운영체제(iOS)의 ‘백도어(뒷문)’를 달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기술이 없으며, 백도어를 만드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백도어를 어떤 문이든 열 수 있는 ‘마스터키’에 비유하면서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은 지난달 26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의 스마트폰 이용기록을 추적해도 되는지 반드시 사전에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아이폰 운영체제(iOS) 14.5를 발표했다. 아이폰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선택권을 넓히는 조치란 설명이 뒤따랐다. 업데이트된 아이폰 운영체제에서는 이용자가 앱을 처음 실행할 때 팝업 창을 띄워 그 앱이 소비자의 이용기록에 접근하도록 허용할지 묻는 절차가 의무화됐다. 기존엔 이용자가 설정에 들어가야 이용기록 추적을 차단할 수 있었지만 이제 앱을 처음 사용할 때 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간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애플의 원칙이 ‘그때그때 달라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애플이 중국 고객들의 데이터 관리 권한을 사실상 현지 당국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국 반체제 인사들과 관련된 앱을 자발적으로 삭제하거나, 이를 걸러내지 못한 직원을 해고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애플 내부 문건과 법정 문건을 분석하고 전·현직 애플 직원 17명 등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달 완공 예정인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의 데이터센터와 내몽골의 또 다른 데이터센터에서 대부분의 통제권을 중국 정부 당국에 양도했다. 2017년 6월부터 시행된 중국의 사이버안보법이 중국 내에서 수집된 개인정보와 중요한 데이터를 반드시 중국에 보관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원래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국 내 아이폰 또는 맥북 사용자들의 연락처, 사진, 이메일 등은 대부분 중국 밖 서버에 저장됐다.

사이버안보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폐쇄해야 할 수 있다는 현지 법인의 경고에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고객의 데이터를 중국 정부 소유 기업으로 옮기는 데 합의했다. 또 아이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암호화된 고객 데이터를 풀 수 있는 디지털 키도 중국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구이양 데이터센터의 경우 이곳에 보관하는 고객 데이터의 법적 소유권을 구이저우성 지방정부 산하 ‘구이저우 클라우드 빅데이터’(GCBD)라는 회사로 이전했다. GCBD는 서버의 물리적 제어 권한도 갖는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앞으로 애플이 아닌 GCBD에 고객 데이터를 요구하면 된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아이폰 뒷면에 새기던 ‘애플이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했다’는 문구가 중국 직원들의 항의로 빠졌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20년 전 애플의 운영책임자로서 중국 진출을 진두지휘한 쿡 CEO는 중국에서의 성공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을 일궜으나, 동시에 중국도 애플이 자국 정부를 위해 일하도록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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