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깜짝 싱가포르행 "미래 비전에 선택했다"
[스포츠경향]
김도훈 감독(51)은 최근 동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지도자였다. 김 감독은 지난해 울산 현대를 이끌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했던 터. 아시아 최고의 지도자로 공인받은 그는 계약 만료로 자유의 몸이 되면서 중국과 일본 등 수많은 팀에서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김 감독은 싱가포르로 무대를 옮겼다. 라이언 시티 세일러즈가 바로 그가 맡는 새로운 팀이다. 라이언 시티는 지난 18일 김 감독과 오는 6월부터 2023년까지 2년 6개월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은 라이언 시티행이 공식 발표된 당일 기자와 통화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받은 오퍼만 10개가 넘는다”면서 “사실 나도 처음에는 싱가포르로 떠날 생각이 없었지만 라이언 시티가 제시한 미래 비전과 코로나19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해 마음이 움직였다”고 밝혔다.
라이언 시티는 지난해 동남아시아 최고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소피’를 보유한 SEA그룹이 홈 유나이티드를 인수해 싱가포르 최초의 사기업팀으로 거듭났다. 막강한 자금력을 확보한 라이언 시티는 지난 1월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 디에구 로페즈를 200만 달러(약 23억원)에 데려오는 깜짝 투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싱가포르 프리미어리그에선 11라운드를 치른 현재 8개팀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김 감독은 “구단과 대화를 나누면서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를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2034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원하는데, 라이언 시티가 그 교두보가 되겠다는 의지가 있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라이언 시티에는 싱가포르 국가대표만 8~9명에 달한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과 비교한다면 작은 팀일지 모르지만 미래는 밝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언 시티는 전신인 홈 유나이티드 시절 이임생 감독(50)이 두 차례 정규리그 준우승(2011년·2013년)과 싱가포르컵 우승(2011년)을 거두며 국내에 이름을 알린 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사실 P급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강사 자격증을 따러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이임생 감독을 현지에서 만났던 인연도 있다”고 떠올렸다.
당시 인연은 세월을 넘어 라이언 시티행에 결정적인 영향도 미쳤다. 두 사람이 지난 3월부터 대한축구협회 C급 라이선스 강습 강사로 나서면서 라이언 시티가 어떤 곳인지 대화를 주고 받았고, 이름값과 조건에선 훨씬 앞서는 강팀들을 제치고 라이언 시티로 떠나게 만들었다.
김 감독은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젊은 지도자들을 상대하면서 열정을 되찾은 게 싱가포르를 새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들이 갖고 있는 열정과 책임감이 내 초심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제 싱가포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지도자로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부지런히 영상으로 선수들의 장·단점을 찾고, 동시에 머릿속에선 어떤 축구를 펼칠지만 생각한다. 그의 손길 속에 성장한 라이언 시티 선수들이 언젠가 K리그를 누비는 날이 나올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많은 것을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들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그 날을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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