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의 언행, 부적절하다

한겨레 2021. 5. 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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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다음달 30개월간의 근무를 마치고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로 귀환을 준비 중이다.

그의 발언은 그동안 주한미군사령관이 국내 현안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던 관례를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예민한 현안인 전단 문제를 굳이 환송식에서 언급한,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가 겸하고 있는 유엔군사령관으로서도 모순된 언행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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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양무진ㅣ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다음달 30개월간의 근무를 마치고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로 귀환을 준비 중이다. 그의 노고에 감사하고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이임을 앞둔 그는 지난 5월13일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주최한 환송행사에서 고별사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였다. 우리 언론들은 이를 대북전단 문제와 연결시켜 우리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도하였다.

그도 대북전단에 대한 발언이 몰고 올 파장을 의식했던지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두었다. 민주주의의 주요 가치를 열거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앞서 언급하는 소심한 방식을 택했다. 물론 부임 이후 30개월간 그가 보여주었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행동에 비추어볼 때 그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다.

그의 발언은 그동안 주한미군사령관이 국내 현안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던 관례를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예민한 현안인 전단 문제를 굳이 환송식에서 언급한,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가 겸하고 있는 유엔군사령관으로서도 모순된 언행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세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판문점 비무장화 조치가 진행되던 2018년 11월8일 부임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비무장지대 내 유엔사 관할권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였다. 전임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 시기에도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였으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만한 협조가 이루어진 데 반해 그는 통일부 장관의 대성동 방문 시에 기자단 동행을 허용하지 않았고, 통일부 차관이 초청한 한독통일자문위원회 참석자들의 비무장지대 초소 방문도 불허했었다. 또한 여러 기관과 단체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비무장지대 출입도 안전문제를 이유로 여러차례 거부하였다.

그동안 국회와 언론에선 유엔사의 과도하고 자의적인 권한 행사에 대해 몇차례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와 유엔사가 내세웠던 ‘안전문제’가 군인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있는 주장이며, 유엔사의 관할권 논쟁이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론에 본격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한 그의 발언은 정치적 민감성 이외에 남북관계발전법의 개정 취지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히 심각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 법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임을 설명해왔다. 유엔군사령관의 임무가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것임은 명백하다. 그런데도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본인이 그동안 자신의 관할권 유지를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던 ‘안전문제’를 외면하는 태도는 모순되고 이해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국민은 1950년 동아시아의 작고 가난한 국가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려가며 도와준 미국과 유엔군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정전협정의 틀을 유지하고 비무장지대에서 유엔사의 군사적 성질의 권한과 역할을 존중한다는 것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제는 유엔사도 남북관계 변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이해하고 협조해나가야 할 때다. 에이브럼스 사령관도 고별사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같이 갑시다”라는 한-미 동맹의 구호와 함께 미래 지향적 동맹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새로 부임할 폴 라캐머라 사령관은 현 태평양육군 사령관으로 과거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는 만큼 한반도 문제와 우리 국민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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