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107' vs 도봉구 '2'.. 부자동네 서울대 싹쓸이 [연중기획-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
2020년 SKY 신입생 2명 중 1명 고소득층
서울대 고소득층 출신 3년 새 19.5%P ↑
전국 의대·로스쿨 신입생 절반 고소득층
'개천용' 2006년 13.5%→2018년 11.7%
부모 문화적 자본도 승계.. 교육격차 강화
'금수저' 물고 태어난 부유층 자녀 동경
'흙수저' 처지 자조하는 분위기 팽배
'없는 집 자식'은 명문대 들어가도 좌절
외고 출신 등 동기 집안 배경에 이질감
"교육격차 완화 위해 공교육 수준 높여야"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지역 일반고 출신 학생 중 강남구 소재 학교 출신이 도봉구 소재 학교 출신의 50배가 넘었다. 강남구의 학생이 도봉구보다 3배가량 많은 점을 고려하면 강남구 출신 서울대 합격률은 압도적이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로 확대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지역 일반고 출신 서울대 합격자 10명 중 4명은 강남 3구 출신이었다.
18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공개한 ‘2021학년도 서울 자치구별 일반고 서울대 합격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지역 일반고 졸업생은 518명이다. 이 중 43.4%(225명)는 강남 3구 소재 고교 출신이었다. 강남 3구에 노원·양천구를 더한 ‘교육특구’ 소재 고교 출신 서울대 합격자는 315명에 달했다. 이들 5개 구 소재 고교 출신이 서울대 합격자의 60.8%를 차지한 셈이다.
반면 도봉구(2명), 성동·강북·중구(각 3명), 구로·영등포구(각 4명), 중랑·마포구(각 5명) 등은 서울대 합격자가 한 자릿수를 기록해 강남구(107명), 서초구(73명), 노원구(48명), 송파구(45명) 등과 간극이 컸다. 이 같은 격차는 현행 대학 입시제도에서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 외에 교육환경이나 부모의 경제적 능력 등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유발한 ‘K자형 경제 양극화’가 이 같은 교육 양극화를 고착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간층이 사라진 모래시계형 사회가 되면 ‘끈끈한 천장(상위계층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과 ‘끈끈한 바닥(하위계층이 올라갈 수 없는 현상)’이 만들어지면서 사회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이동성 없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순 없다”며 “코로나19로 도움이 절실해진 학생들을 발굴하고 양극화 완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소득층이 점령한 명문대·인기 학과
의대와 로스쿨은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특히 높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의대·로스쿨 신입생 소득분위별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신입생의 52.4%가 고소득층이었고, 전국 25개 로스쿨은 51.4%가 고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Y 대학은 의대 신입생 중 고소득층 74.1%, 로스쿨은 58.3%에 달했다.
국제사회와 비교해 봤을 때도 한국의 교육 형평성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황성수 한국직업능력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PISA를 활용한 국가별·시점별 교육 형평성 측정방안 연구’ 논문을 보면 ‘성적 상위 25% 학생 중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하위 25%인 학생 비율’인 ‘개천용 비율’은 2006년 13.5%에서 2018년 11.7%로 하락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기반으로 비교한 결과 같은 시기 미국은 개천용 비율이 7.8%에서 8.9%로, OECD 평균 역시 9.3%에서 9.9%로 늘었다.
전통적으로 계층 상승 통로였던 ‘대학 입시’가 계층 대물림의 수단으로 변하면서 청년들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유층 자녀를 동경하고 가난한 집 자식인 ‘흙수저’의 처지를 자조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흙수저들은 명문대에 들어가서도 좌절감을 호소한다.
교육 사다리 복원을 위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공교육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양극화와 정보·기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식은 공교육 안에서 모두가 최상의 경험을 같이하게 하는 것”이라며 “방과후학교 등 우수한 공립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력 격차에 따른 환경적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원·이정한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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