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맥주병'..식품업계 탈 상식 열풍 거세다

김동현 2021. 5. 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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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1.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주연(29)씨는 "예전에는 페트병 음료를 살 때 예쁜 라벨 디자인을 골랐지만 최근에는 무라벨처럼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변화된 소비 패턴을 반영해 편의점과 마트의 음료 진열대가 최근 무채색으로 통일되고 있다. 서울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공동주택에서 투명 폐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를 시행하면서 무라벨 제품이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라벨이 라벨이다'라는 인식이 생길 정도로 라벨을 없애는 것이 브랜드 경쟁력으로 직결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

맥주업계는 트레이드 마크이던 '갈색병'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2019년 하이트진로가 초록색 병 '테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오비맥주는 '속 보이는' 투명한 맥주병 신제품 '올 뉴 카스'를 선보였다.

맥주의 황금색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월 부임한 벨기에 출신 배하준 대표가 시대 흐름에 맞는 빠른 변화를 주문하면서 나타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국내 주류업계에서는 직사광선 노출 우려 때문에 투명 맥주병을 선보이려는 시도가 없었으나, 오비맥주는 '속 보이는' 병 디자인을 위해 맥주 원료인 홉을 방식을 변경해 빛에 노출돼도 변질되지 않도록 했다.

오비맥주는 '올 뉴 카스'를 선보이면서 광고 모델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을 발탁해 '속마음을 드러내라'는 메시지로 제품 특징을 전달했다.

이처럼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SBS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제안을 받고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 처분을 앞둔 감자 30톤을 사들여 화제가 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지역사회와의 상생으로 효과적으로 전환하면서, '못난이 감자'가 이틀 만에 완판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신세계가 판매한 해남 못난이 왕고구마 300톤(t)도 일주일만에 모두 팔리기도 했다.

'꼬뜨게랑'은 빙그레의 최장수 스낵 '꽃게랑'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것으로 빙그레가 작년 7월 '디자인온'이란 패션 업체와 협업해 선보인 브랜드다.

가수 지코가 '꼬드게랑' 가운을 걸친 채 꽃게랑을 먹는 모습을 촬영한 광고 영상은 반 년 만에 조회 수 256만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꼬뜨게랑' 스카프 1종과 넥타이 3종이 출시돼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에서 추첨제로 판매한 결과 스카프 300장과 넥타이 300장 구매에 1만300명이 지원하는 등 화제가 됐다.

식품업계는 프리미엄 굿즈를 출시한 점, 1020세대의 '놀이터'로 불리는 무신사를 판매 채널로 삼고 트렌디한 추첨제(래플)를 선택한 점 모두 빙그레의 브랜드 이미지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발상을 뒤집는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대체육 시장 또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로 중 하나다.

동물성 단백질을 선호하던 과거의 식습관을 벗어나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스타벅스, 서브웨이, 버거킹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대체육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버거킹이 선보인 '플랜트 와퍼'는 고기 없이도 육즙과 불맛을 즐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체육의 대중화를 이끌 사례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버거킹이 한국에서 '플랜트 와퍼'를 선보이며 가장 집중한 것은 바로 '맛'이다. 이에 따라 호주의 식물성 대체육 대표 기업 'v2 food'사와 함께 오랜 연구 끝에 '플랜트 와퍼'를 개발했다.

패티는 콩단백질이 주 원료로 콜레스테롤과 인공 향료 및 보존제가 전혀 없는 식물성이다. 고기가 전혀 들어있지 않음에도 와퍼 특유의 불맛을 그대로 구현해내 '와퍼의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그동안 틈새시장으로 불리던 대체육 시장에 버거킹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다양해진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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