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장밋빛이지만..기약할 수 없는 '배터리 오디세이'

김동훈 2021. 5. 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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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중국 업체 거센 공세에 완성차업계 내재화까지
국내 3사 "제품 경쟁력과 투자로 기회 삼겠다"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100% 자회사),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지난 1분기 외형 성장은 눈부셨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일단 CATL, BYD, CALB 등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다. 게다가 폭스바겐과 테슬라 등 세계적 전기차 사업자들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당장 눈 앞에 성장가도는 펼쳐져 있다. 하지만 5년 후, 10년 후까지 긍정적으로 내다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배터리 3사는 적극적인 투자와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현재의 성장세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점점 떨어지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

19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탑재 기준) 순위 1위는 중국 CATL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위,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5위와 6위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1분기 대비 89% 성장했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57%, 109% 증가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성장성이 우수했다고 볼 수 있지만 중국 기업의 성장세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1위 CATL을 비롯해 4위 BYD, 7위 CALB 등 중국 기업들의 외형 성장 속도는 한국 국가대표 배터리 업체의 성장세를 크게 웃돈다. 중국 기업들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과 비교해 CATL은 321%, BYD의 경우 221%, CALB의 무려 914%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부터 낮아지고 있다. 국내 1위 사업자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작년 연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3.5%였는데 올 1분기 20.5%(4월 SNE리서치 기준)로 낮아지는 등 추세적 약세가 엿보이고 있다. 

SNE리서치는 "그동안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선방해오던 국내 3사가 올해 들어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직면해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당분간 중국 시장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비중국 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3사의 글로벌 시장 입지가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LG,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

LG에너지솔루션은 2000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9년부터 시제품 양산에 돌입하는 등 경쟁사 대비 앞선 경험과 제품 경쟁력을 토대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 대부분을 고객사로 확보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2분기의 경우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따른 자동차 전지와 원통형 전지 부문의 매출 성장을 전망했다. 아울러 증설 라인의 조기 안정화와 원가 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폭스바겐, 테슬라 등 전기차 사업자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선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없지 않겠으나, 품질 경쟁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경영진은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진행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전지사업은 신규업체가 진입하기에는 여러 형태의 진입장벽이 있고, 다수의 핵심기술이나 특허뿐만 아니라 양산 노하우도 축적돼야 한다"며 "이들이 전기차 수요 전체 모두를 내재화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에, 당사와 같은 톱티어(일류) 업체와 협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G 측은 "내재화 고객 가운데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적용한다고 공표함에 따라 이런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일정 부분 줄어들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수주한 전용 플랫폼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당사의 파우치형 배터리만이 가진 에너지 밀도, 주행거리, 경량화, 출력 등 성능 우위로 프리미엄과 보급형 중심의 수주를 지속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공장 증설 등 중장기 투자 로드맵과 관련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미국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전기차 출시 확대에 따른 물량도 증가할 전망"이라며 "미국 신규 거점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유럽에도 신규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장의 경우 기존 파우치형 외에도 원통형, ESS 등을 함께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과 중국, 폴란드 공장 증설에 2025년까지(미국은 2023년까지) 총 15조원가량 투자할 계획이며, 올 1분기까지 8조4550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6조5531억원을 더 투자할 방침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삼성SDI "원통·각형 주인공은 나야나"

삼성SDI는 2분기에 중대형 전지 부문이 1분기 대비 판매가 확대되고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자동차 전지는 유럽 시장 판매가 늘어나고 ESS는 미국 전력용 프로젝트 중심으로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회사 측은 관측했다. 소형 전지는 성수기에 진입하며 판매 확대를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원통형은 신규 전기차 프로젝트에 공급이 시작되고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청소기 부문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파우치형 전지는 삼성전자가 힘을 줘 모델 종류와 생산물량을 늘리고 있는 보급형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SDI의 기대감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특히 크다. LG가 우려하는 대목이 삼성 입장에선 기대감을 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폭스바겐이 삼성SDI가 주로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손 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각형은 안전 장치와 냉각효율 등이 우수한 장점이 있는 반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각형이 부품 숫자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단점을 해소하고 있어 전기차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테슬라와 리비안 등 미국 전기차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점도 삼성SDI에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SDI는 원통형을 리비안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유진 삼성SDI 마케팅팀장은 "리비안에 원형 배터리를 공급한 사안 관련해선 구체적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확대가 전망된다"며 "원형 배터리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한 자릿수인데, 내년은 두 자릿수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역시 LG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사업자들의 배터리 자체생산 시도가 당장은 큰 위협이 아니라고 봤다.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은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까지 이 같은 (내재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수급이 중요하다는 의미"라 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러나 이들이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오랜 기간 개발한 기술과 양산 노하우가 있는 삼성SDI는 선도적 제품 개발과 품질 확보로 시장을 리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배터리 대세는 각·원통형'…삼성SDI의 자신감(4월27일)

SK이노베이션, 내년엔 '적자탈출'

SK이노베이션은 2분기부터 해외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해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 중국 옌청과 후이저우 공장이 양산을 시작해 향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 등 기존 고객사 외에도 포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의 신규 수주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주 잔고는 매출액 기준 80조원에 달한다"며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추가 수주도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겠다고 나선 상황에 대해 '협력 제안까지 받고 있다'며 자신감을 더 드러냇다. 이 회사 관계자는 컨콜에서 "사업적인 기회로 보고 있다"며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개발을 시작하기보다는 역량 있는 업체와 협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토대로 배터리 사업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3조원 중반대를 예상했다. 작년 매출액 1조6000억원 대비 배 이상 규모다. 다만 공장 증설 등 투자에 따른 적자 지속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손실 규모는 지난해보다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 BEP(손익분기점)를 초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 관련 합의금을 지난 1분기에 털면서 내년까지 관련 비용에서 자유롭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모두 2조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 주기로 했다. 현금 1조원은 올해와 내년 5000억원씩 지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1분기에 모두 반영했다. 나머지 로열티 1조원은 2023년부터 매출액에 연동해 지급할 예정이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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