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미국]①바이든의 반도체 육성..삼성도 대규모 투자로 화답할까

류정민 기자 2021. 5. 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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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이틀 앞으로..반도체·배터리 등 미국 투자 계획에 촉각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에 20조 투자 파운드리 투자계획 발표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기 전에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한미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내놓을 대미 투자 계획에도 경제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이번 정상 회담에 함께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미국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 하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의약품, 희토류 등 4개 품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첨단산업의 핵심 하드웨어이자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여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20조원 규모 파운드리 투자 계획 발표 전망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라인 증설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금액은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이며, 투자지역은 현재 생산라인이 위치한 텍사스 오스틴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의 화성, 평택, 미국 오스틴 등 3곳의 파운드리 팹 외에 신규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해왔는데, 재계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이 이를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언급한 투자 요구에 대해 화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자국 기업인 인텔, 마이크론, 대만의 TSMC 등 19개 기업이 참석한 당시 화상회의에서 "반도체는 인프라(기반시설)다.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우리의 경쟁력은 여러분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한 바 있다.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여기에 더해 백신 수급이 원활치 않은 한국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공급받는 방안을 확정하는 대신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한국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삼성전자의 투자 발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한미 정상회담 전날인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주재하는 반도체 공급망 점검회의에도 한국 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반도체 CEO 서밋의 후속 회의 성격인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의약품 등 4개 품목을 대상으로 공급망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들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5G네트워크 등 첨단산업의 핵심 하드웨어지만 현재 미국은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은 세계 반도체 소비량의 25%를 차지하지만, 생산 비중은 19%로 소비량에 못미친다. 특히 중국(35%), 한국(15%), 대만(12%), 일본(9%) 등 반도체의 70% 이상을 동아시아 4개 국가에서 생산한다. 보고서는 미국이 공급망 자립을 위해서는 최소 3500억달러(약 395조원)에서 최대 4200억달러(약 473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 공장© News1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K-반도체, 아슬아슬 줄타기 이어갈 듯

미국은 반도체 설계 및 장비 분야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무기로, 중국을 견제하고 한국과 대만은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지난해 8월, 자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및 장비를 중국의 전자통신기업 화웨이에 수출하려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제재안을 발표하며 대(對)중국 견제를 본격화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인프라 투자를 강화해 해당 산업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경우 미국 애리조나에 지을 예정인 파운드리 공장을 기존 1곳에서 최대 5개 추가해 6개까지 짓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뒤쫓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해외 투자도 당분간 미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미주, 유럽,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 전세계적으로 생산, 판매, 연구 활동 등을 담당하는 209개의 비상장 종속기업을 두고 있는데, 그중 미국 내 법인은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SAS(Texas, USA) 등 총 30개로 중국(33개) 다음으로 많다.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포함된 미주가 최근 중국을 앞질렀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삼성전자의 지역별 매출액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주지역으로 47조67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매출은 미주 다음으로 많은 43조7403억원 규모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21.4.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미국이 자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와 장비류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기 이전인 2018년만 하더라도 중국 지역 매출은 54조7796억원으로 미주의 46조4124억원을 크게 앞섰었지만, 2019년 역전된 이후 2년 연속 미주가 삼성전자의 지역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내 생산시설은 없지만 지난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문을 90억달러(약 10조16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비록 미국의 수출규제 등으로 주춤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가 이끄는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393억1000만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 991억8000만달러의 39.6%를 차지했다. 73억달러로 7.4%를 차지한 미국에 비해 수출액이 5배 이상 많다. 대미국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4.7%로 중국 7.2%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절대적인 금액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당분간 미국에 해외 투자를 집중할 가능성이 높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중국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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