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마스크도 배송비 안 붙네..숨은 공신은 '야쿠르트 아주머니'

이소라 2021. 5. 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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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온라인 쇼핑몰 '프레딧'에서 1,000원짜리 마스크를 주문했다.

회원가입도 생략하고 달랑 마스크 1장만 구매했지만 배송비는 무료였다.

비회원도 주문수량과 금액에 상관없이 무료배송돼 배송비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할 필요가 없다.

hy 관계자는 "방문판매 시스템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정서적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1,000원짜리 제품 하나를 배달해도 정성껏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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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택배기사로 변신
자사몰 통해 발효유외 생활용품 등 제품군 확대 
'빠른배송'엔 취약..hy "정서적 교감이 강점"
hy의 자사몰 프레딧의 결제 페이지(왼쪽). 단돈 1,000원어치를 구매해도 배송비는 무료다. 이소라기자·연합뉴스

17일 온라인 쇼핑몰 '프레딧'에서 1,000원짜리 마스크를 주문했다. 회원가입도 생략하고 달랑 마스크 1장만 구매했지만 배송비는 무료였다. 다음 날 오전엔 특별한 '택배기사'가 집 문을 두드렸다. '야쿠르트 아주머니'라 불리는 hy(옛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다. 종이봉지에 마스크와 함께 작은 발효유 한 병까지 담아 건네면서 "맛이나 보라"고 미소를 지었다.

프레딧은 최근 사명을 변경한 hy가 '종합유통사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새단장해 선보인 자사몰이다. 타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주 상품군인 발효유 외에 여성·유아·생활용품·화장품·밀키트 등 제품 카테고리를 대폭 늘렸다. 프레딧에서 구매한 제품은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프레시 매니저가 기존 배달 구역별로 담당을 나눠 전달한다. 52년간 방문판매로 구축한 전국 유통망을 응용해 오프라인 사업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온라인 경쟁력까지 키우겠다는 게 hy의 구상이다.


금액 상관없이 무료배송…어떻게 가능한가

'야쿠르트 아주머니'로 불리는 hy의 프레시 매니저는 발효유 외에도 여성·유아·생활용품·화장품·밀키트 등 다양한 상품을 배달한다. 사진은 18일 프레시 매니저가 이동카트를 끌고 제품을 배송하는 모습. hy 제공
hy 5년간 실적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hy는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명을 바꿨다. '식음료 기업'으로 굳어진 이미지 탓에 항상 직면해 온 사업 확장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뛰어넘기 위해서다. 매출 1조 원 안팎으로 4년간 정체된 실적을 보여온 hy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이에 올해부터는 냉장 배송 네트워크와 물류 기능의 강점을 살려 종합유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프레딧의 가장 큰 장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료배송이다. 비회원도 주문수량과 금액에 상관없이 무료배송돼 배송비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할 필요가 없다. 발효유를 정기배달하는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다. 프레시 매니저 입장에선 매일 가는 담당구역에서 추가로 이종 제품을 배송한다고 품이 크게 들지 않고, 제품당 수수료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종 제품 배송으로 만난 새로운 소비자를 발효유 정기구독 고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hy 관계자는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기사와 달리, 프레시 매니저는 제품당 책정된 수수료를 받는다"며 "이종 제품은 단가가 세다 보니 떨어지는 수수료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프레시 매니저가 종이봉지에 제품을 담아 현관문 문고리에 걸어두는 방식이다 보니 박스 과대포장 문제도 줄어든 셈이다.

프레시 매니저는 고객센터 역할도 한다. 평균 활동 연수가 12.5년이고 지역 변동이 거의 없어 지역밀착도가 높다는 점에서 고객 불만에 즉시 대응이 용이하다. 제품 환불, 교환 등의 요구에 현장 대응이 가능하고 원하는 날짜로 제품 수령도 미룰 수 있다.

다만 새벽배송, 1시간 내 배송 등 속도전이 과열되고 있는 배송 트렌드에서 익일배송밖에 안 된다는 부분은 취약점이다. 향후 온라인 구매자가 늘면 전국 1만1,000명의 프레스 매니저만으로 배달 수요가 감당이 안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hy는 아직까지 예상되는 수요로는 소화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다. hy는 정기구독 사업 구조로 생산 예측과 재고 관리 등이 용이한 편이다. hy 관계자는 "방문판매 시스템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정서적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1,000원짜리 제품 하나를 배달해도 정성껏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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