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H 투기 수사는 어디로 갔나

조선일보 2021. 5. 19.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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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사진)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와 집값 폭등과 관련해 "보궐선거를 통해 정말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면서 "부동산만큼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뉴시스

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여당 의원 2명은 무혐의 처리하면서 야당 의원 1명은 계속 수사하겠다고 했다. 1560명의 수사 인력이 두 달 반 넘게 수사하고 있지만 구속은 14명에 그쳤고 이 가운데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은 없다고 한다. 예상한 대로다.

경찰의 부동산 투기 수사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LH 직원 투기 등으로 여권 지지율이 떨어지자 정권이 급조한 것이다. ‘선거만 넘기고 보자'는 차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투기 단속 전문가인 검찰과 감사원은 특별수사본부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정권 불법을 수사 감사해온 검찰과 감사원이 부동산 투기를 파헤칠까 두려웠을 것이다. 경찰이 첫 압수수색을 나가는 데 1주일이나 걸렸다. 법조계에서는 “증거 인멸과 공범들 입 맞추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어줬다”고 했다.

정권은 부동산 투기도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돌리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일을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의 절반 이상이 정권 편인 변창흠 전 장관의 LH 사장 재임 때 투기에 나섰는데도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부터 조사하겠다고 했다.

전·월세 인상률을 최대 5%로 제한하는 임대차법을 청와대에서 주도한 김상조 전 정책실장은 법 통과 이틀 전 본인 집 전세를 14%나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말 시민단체가 김 전 실장을 고발했지만 경찰은 소환 조사도 안 했다. 임대차법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법 통과 한 달 전 아파트 임대료를 9% 올렸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소유한 농지는 계획에 없던 나들목이 주변에 생겨 값이 올랐다고 한다. 지분 쪼개기로 땅을 산 의혹이 있는 여권 국회의원·자치단체장만 10명이 넘었다. 문 대통령은 보궐선거에 참패한 뒤 “부동산 부패 청산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그 반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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