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세종 로또’가 된 공무원 특공

강경희 논설위원 2021. 5. 19.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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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를 중심으로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뉴시스

올 2월 초 세종시 아파트 청약을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 ‘공무원 특공(아파트 특별공급)’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전체 공급 물량 1350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용 85㎡ 이하 아파트 가운데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가구 등에 배정하는 특공 물량 58%, 공무원에게 주는 특공 물량 40%를 빼고 나면 달랑 2%, 24가구만 일반 분양으로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세종시에 공무원이 40% 사는 것도 아닌데 공무원 특공을 40%씩이나 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난 여론이 무성했다. 결국 특별 공급을 줄이고 일반 분양을 다소 늘리긴 했지만 ‘공무원 특공’ 비율은 줄어들지 않아 또다시 원성을 샀다.

▶말 많았던 2월 청약의 경우, 390가구 모집에 7만명 넘게 몰려 일반 분양 경쟁률이 183 대 1에 달했다. 경쟁률이 2000 대 1이 넘는 평형도 있었다. 반면 공무원 특공 경쟁률은 한 자릿수였다. 같은 특공이라도 신혼부부 특공이나 생애 최초 특공은 경쟁률이 수십 대 1이었다. ‘공무원 특공’이 국민 눈에 ‘세종 로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만물상 삽입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지난해 세종시 집값은 42.27% 상승했다. 여당 원내대표의 ‘국회 세종시 이전’ 발언이 불에 기름 부은 격이 됐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에 아파트 청약 기회가 주어진다. 청약에 당첨됐다 하면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차익이 예상되는 ‘청약 로또’ 지역이 돼 전국에서 청약 신청자가 몰려든다.

▶세종시 아파트 10만 가구 가운데 지난 10년간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공무원은 2만5000여명이다. 작년까지 4000여명이 집을 팔았고 나머지는 보유하고 있거나 거주한다. 지난해 다주택 공직자 19명이 세종시 ‘특공’ 아파트를 매각했다. 평균 보유 기간 4.2년, 차익은 4억원에 육박한다.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차관부터 ‘특공 재테크’로 수억 차익을 얻었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이 특별공급 아파트로 연간 1억원꼴로 과외 수입까지 올린 셈이니 이런 특혜가 없다.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이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예산 171억원을 타내 신청사를 짓고 소속 직원 82명 가운데 49명은 특공 대상으로 아파트 분양까지 받았다. 기관 이전은 취소됐지만 규정이 없어 분양받은 특공 아파트를 취소시키거나 환수할 수는 없다고 한다. 3기 신도시에 투기했던 LH 직원들에 이어, 또다시 국민 속을 긁는 부동산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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