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60] 목포 황석어조림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1. 5.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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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새끼가 아니다. 같은 민어과에 속하지만 조기와 달리 다 자라도 어른 손바닥 길이를 넘지 못한다. ‘자산어보’에는 추수어 중 가장 작은 놈을 ‘황석어’라고 부른다고 했다. 추수어는 참조기, 부세, 수조기, 황석어를 이르는 말이다. 때에 맞춰 물길을 따라 오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황석어가 오는 때는 오뉴월이다.

목포 황석어 조림의 재료인 황석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황석어는 황실이, 황새기, 강달어, 깡달이 등으로 불린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황석수어라고도 했다. 강화도 외포에서 전라도 목포까지 서해 바다에서 잡히지만 임자도 전장포, 비금도 원평, 영광 염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황석어는 살이 무르고 여름 길목에 잡히기에 쉬 상한다. 그래서 소금을 뿌려 젓갈을 많이 담그거나 햇볕에 말렸다. 얼음에 묻어 생물로 유통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생물로 만든 황석어 조림이 산지와 가까운 목포에 자리를 잡은 이유다.

그물에 걸린 황석어는 뱃사람들의 손을 거쳐 젓갈용과 조림용으로 나뉜다. 크고 상처가 없는 놈은 얼음에 잠겨 다시 육지 여행에 나서고, 상처 난 놈은 소금에 버무려져 시간 여행을 한다. 육지 여행을 떠난 놈은 조림이 되고, 시간 여행을 떠난 놈은 짭짤한 젓갈이 된다.

목포 황석어 조림. 국물이 많으면 '탕', 좀 더 자작하게 졸이면 '조림'으로 부르는데, 명칭은 섞어 쓰는 경우가 많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황석어 조림은 조기로 만든 것보다 국물이 진하다. 봄에 산과 들에 올라온 고사리나 감자를 밑에 깔고 조려도 좋다. 바싹 말려 두었다가 두고두고 조림을 해 먹어도 좋다. 황석어젓은 삭힐수록 진국이 우러나며 그 자체로 조미료가 된다. 젓갈은 여름을 지나고 가을부터 먹기 시작한다. 멸치젓 대신에 김장을 할 때 넣기도 한다.

황석어 조림은 먼저 쌀뜨물로 씻어 비린내와 짠맛을 살짝 제거한다. 여기에 된장을 조금 넣고 조림을 하면 좋다. 오뉴월 황석어가 살지고 뼈도 억세지 않아 조림이나 탕으로 좋지만 머리만 떼어내고 튀김을 만들어도 좋다. 오뉴월 남도 길에 오르시거든 황석어 조림을 추천한다.

목포 황석어 조림의 재료인 손질한 황석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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