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요즘 들을 음악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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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전문가를 자처하고 살기 때문인지 가끔씩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음악을 많이 알 수 있나요?’ 그럴 때면 ‘음악을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만...’ 하고 전제하면서도, 최소한 방법만큼은 확실히 안다고 답한다. 그 방법이란, 남들이 좋다고 하면 한번 들어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고 굉장히 쉬운 일 같지만 실제로 습관을 들이려면 정말 어렵다. 예를 들면 이렇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내리다가 페친 한 명이 좋아하는 곡이라며 하트 표시와 함께 유튜브 영상을 공유한다. 그런데 모르는 아티스트의 모르는 곡이다. 커버 아트가 딱히 끌리지도 않는다. 그러면 보통 지나친다. 그렇게 좋은 음악 한 곡을 놓치는 것이다.
차트 역시 마찬가지다. 차트를 보면 꼭 모르는 음악이 있다. 누군지도 모르겠고 딱히 끌리지도 않고 왜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르면 들어서 알아두면 좋을 텐데 바쁠 때는 그게 잘 안 된다. ‘나중에 들어보지 뭐’ 하고 지나친다. 그런데 꼭 보면 그 노래를 몰라서 ‘음악 전문가가 그것도 모르세요?’, ‘차트에도 올랐는데?’ 소리를 듣는다.
그렇다고 살면서 추천받는 모든 음악을 다 들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방법은 음악 듣는 시간을 정해놓는 것이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빼서 차트, 리스트, 매거진 등을 훑으며 호평받거나 호기심 가는 음악을 들어본다. 그렇게 일처럼 몰아서 들으면 상황에 따라 끌리지 않았던 것들도 대충 감내하며 들을 수 있다.
내 주변 음악을 많이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너럴리스트다. 얼핏 스페셜리스트로 보이지만 잘 보면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 안에서 정말 다양하고 넓게 듣는 사람들이다. 애초에 그게 아니면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
‘요즘 왜 이리 들을 음악이 없어?’ 생각이 든다면 그동안 지나쳤던 ‘남이 추천한’ 음악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사실 들을 음악이 없는 이유는 우물 안 취향의 물이 말랐기 때문이다. 취향 다른 사람의 추천 없이 그 우물에서 나오기란 쉽지 않다. 무심하게 지나친 추천 하나가 인생의 명곡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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