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나폴레옹의 공과 재평가에 나선 마크롱

손우현 한불협회 회장 2021. 5.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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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누엘 마크 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5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사망 200 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AP 연합뉴스

나폴레옹(1769~1821) 사망 200주년을 맞아 그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나폴레옹 재평가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일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 묘역을 찾아 헌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폴레옹은 우리의 일부”라며 “현재의 법으로 과거를 재단하지 말고, 역사를 직시하고 전체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폴레옹 사망 200주기 행사는 찬양이 아닌 ‘계몽된 기념’이 되어야 한다”며 “교육, 법전, 국가 건설 등에서 쌓은 공적과 함께 노예제 부활 등 과오를 모두 껴안아야 한다”고 했다. 나폴레옹의 공과(功過)와 명암(明暗)을 모두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큰 논란의 대상 중 하나다. 정치적 이념에 따라 그를 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진다. 우파는 그를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고등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근대 국가의 기틀을 세우고 국력을 신장시킨 영웅으로 추모하는 반면, 좌파는 노예제를 부활하고 민법상 여성을 차별한 독재자이자 전쟁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970년대 평화주의 운동이 일어나면서 프랑스 좌파 정권은 나폴레옹 지우기에 나섰고, 우파 정권은 나폴레옹이 상징하는 국가 권위, 질서 등 보수의 가치와 ‘위대한 프랑스’ 되찾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렇게 엇갈리는 평가를 받는 나폴레옹을 마크롱 대통령이 재평가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적 인물의 공과를 함께 조망하는 균형된 역사관을 통해 역사의 과오로부터 배우는 한편,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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