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와 영남당으로 정권 잡겠나

배성규 논설위원 2021. 5.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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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황교안·홍준표·친박 막후 힘 과시 … ‘영남 회귀’ 비판엔 ‘홀대’ 반발
민심 반영할 경선룰 개정도 외면 … 당 체질·이미지 바꿀 새바람 불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교안 전 대표, 홍준표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가장 입김이 셌던 사람은 황교안 전 대표”라고 했다. 황 전 대표가 현역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특정 후보 지지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총선 때 그에게 공천을 받은 영남과 비례대표 의원 상당수가 따랐다고 한다. 일부 친박 의원은 김태흠 의원에게 몰렸다. 친박 원로들까지 지원하면서 김 의원은 깜짝 2등을 했다. 홍준표계 의원들도 그의 복당과 대선 출마를 위해 전략적 투표를 했다고 한다.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막후 선거전이 벌어졌던 것이다.

황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아스팔트 보수’ 노선을 고집하다 참패했다. 홍 의원은 잇단 막말 논란 속에 대선에서 졌다. 친박계는 박근혜 정권 실패와 탄핵의 원죄를 진 사람들이다. 국민의힘이 ‘과거 세력’ ‘꼰대당’ ‘막말당’ ‘영남당’으로 찍혀 전국 선거 4연패를 당한 데는 이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정치 활동 재개와 복당 신청으로 논란을 키웠다. 좀 더 자중할 수 없었느냐는 아쉬움이 크다.

국민의힘은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이겼다. 합리적 중도 노선과 변화를 앞세워 2030의 표심을 얻은 결과다. 그런데 과거 인물들이 다시 등장한다면 ‘친박·꼴보수당’이란 낙인이 되살아날 것이다. 어렵사리 얻은 수도권과 젊은층의 기대감은 혐오로 바뀔 수 있다.

영남당 논란도 현명하지 못하다. 영남 배제는 옳지 않지만 전국 정당으로 가야 성공한다. 그런데 지난달 선거에서 이기자마자 곧장 영남 중심으로 회귀했다.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는 모두 영남이 됐다. 당대표 출마자 중 4명이 영남이다. 지역구 의원 셋 중 두 명, 당원의 60%가 영남이다. 그런데도 ‘영남 홀대론’을 말한다. 영남이 중요하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은 더 중요하다. 그러지 않고 어떻게 새 인물을 키워 전국적 지지를 얻겠는가.

호남 기반이었던 민주당은 부산 출신인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내세워 성공했다. 현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북 출신이다. 전국적 지지를 받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야당도 그렇게 못 할 이유가 없다. 현재 의원·당원 구조는 쉽게 바꾸기 힘들다. 그렇다면 전국적 민심을 반영하도록 경선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 당 대표는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로 뽑는다. 대선 후보는 대의원·당원 선거인단과 여론조사가 각각 50%씩이다. 민심보단 당심, 그것도 영남의 당심이 좌우하는 구조다. 지금 당대표에 도전하는 70·80년대생 신진들이 여론조사에선 선전한다. 하지만 당원 투표에선 벽에 부딪힐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건 여론조사 100% 경선으로 바람을 일으킨 영향이 컸다.

한데 경선 룰 개정은 중진 후보들이 반대해 힘들다고 한다. 말로는 “윤석열과 함께하겠다”면서 경선 규정 하나 못 바꾼다. 이런 당원 경선에 윤 전 총장이나 안철수 대표가 참여하라는 건 무리다. 당 체질과 이미지를 바꿀 변화의 바람도 절실하다. 수도권과 2030, 중도층 지지를 받아야 하는 윤 전 총장이 ‘올드보이 영남당’에 들어오려 하겠나. 따로 가다 막판에 단일화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정말 대선의 용광로가 되려면 구태와 기득권을 버리고 합리적 전국 정당으로 나가야 한다. 벌써 ‘배 불렀다’는 소리가 나오면 선거는 하나 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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