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유령청사 특공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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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대전세관의 한쪽을 쓰는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은 지난해 세종시에 새 청사를 완공했다.
기존 관평원에서 신청사까지는 자동차로 20분 남짓 걸린다.
가까운 곳에 번듯한 새 청사를 짓고, 직원들은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까지 받게 됐으니 이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애당초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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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평원은 이전 대상이 아닌지 모르고 청사를 지었다고 한다. 이전 담당인 행정안전부는 말렸는데도 지었다고 주장한다. 행안부의 2005년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고시’에 따르면 대전에 있는 관평원은 이전 제외 기관으로 명시됐다. 이후 세부 규정을 담은 ‘행복도시법’이 나왔는데, 수도권 기관만 구체적으로 다루고 지방 소재 기관에 대해선 따로 언급이 없었다. 법에 지방 기관은 이전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없으니 이전해도 되는 줄 알았다는 게 관평원 입장이다. ‘입법 틈새’를 이용했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행안부는 2018년 초 관평원이 고시를 어기고 청사를 짓는 걸 알게 됐다. 즉시 이전 불가를 통보했지만 관세청이 공사를 밀어붙였다. 진영 당시 행안부 장관은 감사원에 공익감사까지 청구했지만 반려됐다. 정책적 문제가 결부됐으므로 관계기관이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란 이유였다. 고시를 어긴 관평원도, 뒤늦게 만류한 행안부도, 171억 원의 예산을 준 기획재정부도 잘못을 묻기 어렵다는 뜻이다.
▷관평원 직원 82명은 2017년부터 특공을 신청해 49명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분양가는 2억4400만∼4억5400만 원이었다. 이 가운데 98.3m² 한 채가 올해 2월 14억9500만 원에 거래됐다. 관평원 직원 다수는 관세청에서 파견을 나와 있다. 이런 이유로 당시 관세청장이 직접 나서 청사 건립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관평원은 결국 대전에 남았고 기재부는 ‘유령 청사’ 활용을 고민 중이다. 예산 낭비에 불법 논란까지 벌어졌지만 책임지는 당국자가 없다. 세종시는 수도권 분산을 위해 조성됐고, 특별공급은 이사를 와야 할 직원들 몫이다. 그런데 이사할 필요도 없는 인근 공무원들이 편법으로 특공 재테크를 했다.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김부겸 총리는 어제 특공 당첨을 취소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위법을 따져 수사 의뢰도 하겠다고 했다. 다른 공공기관 특공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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