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성향 대만 빈과일보, 18년만에 발행 중단
반중(反中) 성향 홍콩 언론인 지미 라이(黎智英·73)가 대만에서 발행해온 일간지 ‘대만 빈과일보’가 17일을 마지막으로 지면 발행을 중단했다. 2003년 5월 신문 발행을 시작한 지 18년 만이다. 지미 라이가 홍콩에서 발행해온 ‘홍콩 빈과일보’도 최근 홍콩 당국의 자산 압류, 기업의 광고 중단 등으로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홍콩과 대만을 거점으로 중국 공산당을 비판해온 지미 라이의 언론이 중국 당국의 압박 속에 위기를 맞고 있다.
대만 빈과일보는 17일 자 1면 기사를 통해 “(신문사) 운영상 적자가 계속되고, 아주 부득이한 상황에서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이 지면 발행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터넷 뉴스 서비스는 계속할 예정이다. 넥스트디지털은 지미 라이가 대주주인 홍콩 출판·언론 기업이다. 홍콩 빈과일보, 대만 빈과일보를 비롯한 신문과 잡지, 인터넷 방송사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세운 지미 라이는 1989년 중국 정부가 톈안먼 시위를 유혈 탄압하는 것을 보고 언론 사업을 시작했다. 1995년 홍콩 빈과일보를 창간했고 2003년 대만 빈과일보를 세웠다. 연합보·중국시보·자유시보 등 대만 3대 신문사가 정치·경제 분야를 앞세워 보도한 반면 대만 빈과일보는 스포츠·연예·사회 분야 뉴스를 중시했다. 정치적으로는 반중(反中)으로 분류된다.
대만 빈과일보는 과거 하루 60만~70만부를 발행했으나 최근 발행량이 평균 10만부로 줄었다. 추가 자금 지원이 없을 경우 9~10개월 정도 버틸 운영 자금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면 발행 중단에 따라 대만 빈과일보 직원 가운데 3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홍콩 빈과일보 역시 운영난이 커지고 있다.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은 지난해 약 2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로 홍콩 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맞은 데다 기업들이 반중 성향인 빈과일보에 광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렁춘잉(梁振英) 전 홍콩 행정장관 등 홍콩 내 친중 진영 인사들은 한걸음 더 나가 “빈과일보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폐간을 주장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지난 14일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지미 라이의 넥스트디지털 주식(전체의 70%)을 동결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은 지미 라이가 홍콩 내 반중 시위의 ‘돈줄’이라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자산 동결 조치의 영향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된 넥스트디지털 주식은 17일부터 거래가 중단됐다. 지미 라이는 현재 불법 집회 혐의에 대해 징역 14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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