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年100일 쓰는 야구장, 적자 뻔해.. 규제 풀어 복합시설 허용을"
이에 니혼햄은 600억 엔(약 6197억 원)을 들여 개폐형 돔구장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를 신축하기로 했다. 새 구장 이름을 이렇게 정한 건 부동산 기업 에스콘에서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2023년 문을 열 예정인 이 구장 주위에는 쇼핑몰, 온천호텔, 글램핑장 등도 함께 들어서게 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SK에서 약 1353억 원에 프로야구 팀을 인수해 SSG로 이름을 바꾼 신세계그룹 역시 인천 청라지구에 돔구장을 포함한 형태로 ‘복합쇼핑몰’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SG의 안방인 인천 문학야구장(SSG 랜더스 필드) 역시 삿포로돔처럼 2002 월드컵 때문에 문을 열게 됐다. 축구장(주경기장)을 지으면서 야구장도 함께 조성했다.
청라지구에 땅 16만3362m²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는 이 중 39.1%에 해당하는 6만3936m²에 스타필드, 호텔, 테마파크 등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키움의 안방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 대지 면적은 5만8992m²다.
다만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민간 기업이 야구장을 소유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등이 국내외 경기 대회 개최와 선수 훈련 등에 필요한 ‘전문 체육 시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전부터 존재했던 야구장뿐만 아니라 KIA, 삼성, NC의 각 연고지인 광주(2014년), 대구(2016년), 경남 창원시(2019년)에 문을 연 새 야구장도 전부 지자체가 주인인 이유다.
한국에 전문 체육 시설 기부채납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프로축구 팀 두 곳을 운영 중인 포스코는 1990년에는 포항스틸야드, 1993년에는 광양축구전용구장을 지어 각각 경북 포항시와 전남 광양시에 소유권을 넘겼다. 단, 당시에는 포스코가 민영화 이전이었기에 배임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 중 광양축구전용구장은 완공 당시에는 전문 체육 시설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 소유가 가능한 ‘직장 체육 시설’이었다. 그러다 1995년 프로축구 전남을 창단하면서 전문 체육 시설로 바꿔 광양시로 소유권을 넘긴 것이다. 요컨대 프로야구 1군 구장을 직접 소유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아예 모든 길이 막혀 있는 건 아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경기장은 고정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오늘날 경기장은 고정 비용은 제외하고 운영비에서 적자를 보지 않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지방 구단 관계자는 “사실 프로야구 경기를 꼭 체육 시설에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야구장은 체육 시설이자 ‘문화 및 집회 시설’이기도 하다. 극장처럼 문화 및 집회 시설은 기업 소유가 가능하다”면서 “그런데 야구장처럼 넓은 면적에 1년에 100일 정도밖에 쓰지 못하는 시설을 짓는 것보다는 1년 365일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을 짓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동안 안방에서 72경기를 치르는 현실을 보더라도 야구만을 위한 경기장을 소유하는 건 막대한 시설 유지비용을 감안할 때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구인은 “돔구장이 야구단 운영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야구단 운영은 적자를 피하기 힘든 구조지만 돔구장에 위락시설, 호텔이 함께 들어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흑자 구조로 가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SSG가 청라에 호텔과 테마파크 등이 포함된 돔구장을 신설하려면 인천시와도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다. 인천시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를 개최하면서 1조3336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게 됐다. 기존 경기장을 개·보수해 대회를 치르는 대신에 17개 경기장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빚이 늘었다. 특히 문학경기장을 놔두고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새로 짓는 데만 5000억 원 가까운 돈을 썼다.
게다가 2002 월드컵 때 한국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던 문학경기장 역시 현재 이곳을 안방으로 쓰는 팀이 없어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다. 2003년 창단 때부터 문학경기장을 안방으로 쓰던 프로축구 인천은 2012년부터 옛 숭의종합경기장 자리에 들어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좌석 수 약 1만9000석)으로 떠났다. 문학경기장이 5만 석 가까운 규모로 지나치게 커 국내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면 썰렁할 때가 많고 축구 전용구장이 아니어서 생생한 관전도 쉽지 않았다. 인천시로서는 SSG마저 이 경기장을 떠나는 걸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축구장을 포함한 문학경기장 운영권을 SSG가 보유한 상태다. SK 시절부터 그랬다. 문학경기장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돔구장을 짓기는 곤란하다”면서 “정말 청라지구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제안해 온다면 (지구) 용도 변경 때문에 사업협약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규인 kini@donga.com·강동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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