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풍경이 노래 부를 때[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봄이 되면 각 지역 문화재단과 음악창작소에서 지원사업을 펼친다.
음악 안에, 노래 속에, 더 많은 지역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역 간 음악을 통한 경쟁과 협력은 쉽지 않다.
각 지역엔 음악가가 없고, 음악을 향유할 사람이 없고, 노래할 공간이 없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짧은 인터뷰 시간에 종코는 포항과 바다에 대해 이야기했고, 난 음악에 포항의 풍경과 정서가 담겨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답을 듣는 순간 그의 음악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다. 음악도 좋았기에 그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고,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그의 음악을 다시 찾아 들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연주곡 ‘오도리 314-1번지’는 포항 바다 근처의 장소이고, “멀리 떠나는 건 마음먹기 어렵지만 바람이 부는 시원한 바다 보러 가는 건 어때”란 가사는 바다 근처에 사는 이가 쓸 수 있는 작은 사치 같은 문장이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심야버스’에서 그가 살짝 눈 감았다 보는 “조금씩 익숙한 풍경”은 포항의 ‘곳곳’일 것이다.
음악 안에, 노래 속에, 더 많은 지역이 담겨 있으면 좋겠다. 서울공화국이 돼버린 현실에서 자기가 자란 곳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노래하는 건 그래서 더 귀하다. 미국 음악가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 뉴욕을 힙합 성지라 부르지만, 각 지역의 특성을 담은 힙합이 곳곳에서 생겨나 뉴욕과 경쟁한다. 록 밴드 본 조비는 아예 앨범 제목을 자신들의 고향인 ‘뉴저지’로 했다. 지역 스포츠 팀의 모자나 유니폼을 입는 건 오랜 문화적 특성이다. 대전의 힙합 그룹인 45RPM이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음악 방송에 선 게 더 반가웠던 이유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래퍼 제이통은 “(서울) 촌놈들아 까불지 마라. 바다가 한강이랑 같은 줄 아나”라고 노래했다. 이처럼 서로 자극하고 경쟁하며, 때론 협력할 때 문화는 발전한다. 하지만 지역 간 음악을 통한 경쟁과 협력은 쉽지 않다. 각 지역엔 음악가가 없고, 음악을 향유할 사람이 없고, 노래할 공간이 없다. 음악가와 관객, 공간을 합쳐 ‘신(scene)’이라 표현하지만 몇 도시를 제외하곤 신이라 부를 만한 곳이 없다. 현실적으론 너무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더 많은 종코와 제이통이 자신의 지역을 지키며 노래해주길 바란다. 서울 사람들이 ‘혜화동’과 ‘광화문 연가’의 추억을 갖고 있는 것처럼 더 많은 포항 노래가 생기길 바란다. 내가 자란 대전 월평동 노래도 생기면 더 좋겠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文 ‘BBC 협력 카드’ 들고 美로… SK 배터리 공장서 경제동맹 행보
- 바이든 “백신 2000만회분 해외지원”… 한국 정부에 미리 알려
- 대북-대중 메시지 놓고 줄다리기… 바이든, 쿼드 참여 요청할 수도
- 삼바-모더나 협약, SK-美 車업체 합작사 발표 전망
- 文 대통령 방미… 안보 넘어 가치·신기술 동맹으로 확장하라
- 송영길 “美민주주의는 2등급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월권”… 文 방미 하루 앞두고 美 비판
- [광화문에서/한상준]백악관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민감한 질문’이 시작됐다
- 기재부 “청사 문제없다” 171억 예산 승인… 관세청 행안부 제지에도 강행
- 김부겸 “오른 집값, 사회환원돼야”… 종부세 완화 송영길과 충돌
- [단독]업체, 인증받은뒤 저질 軍활동복 납품… 방사청은 사후관리 손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