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학도 ESG와 애자일, 에지 조직이 되어야 한다
[경향신문]
대학은 도전적 진화를 일구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대학이 지금과 내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오롯이 드러내주며 대학의 진화를 재촉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재난시대에 살고 있다. 이상기후 등 생태계 파괴로 인한 폐해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또 다른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방 붕괴, 대학 소멸 등 인구절벽으로 인한 피해도 본격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반 과학기술 덕분에 이러한 ‘뉴노멀’ 상황에 나름 대처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는 재난 대비와 극복, 생태계의 보존과 재생, 팬데믹과 인구절벽 문제 해결 등에 대한 대학의 연구와 교육 역량이 4차 산업혁명과의 유기적 연동 아래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또한 이를 지속 가능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대학조직도 혁신되어야 함을 일러준다. 단적으로 대학도 ‘ESG 지표’를 적극 받아들여 대학의 일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기업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ESG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기업의 미래지향적 발전전략으로서 그 가치가 더욱 조명되고 있다. 그런데 ESG가 가리키는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윤리적 지배구조(Governance)’란 가치는 대학에서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ESG를 대학의 기본으로 교육하고 연구함은 물론 대학 운영 자체가 ESG의 실현이어야 한다. 곧 대학은 ESG 지표가 높은 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체질이 일신되어야 한다. 대학조직의 몸집이 가벼워지고 의사결정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대학도 ‘애자일(Agile)’ 조직이 되어야 한다. 애자일은 개인 개발자 간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 조직 운영론으로 응용된 개념이다. 급변하는 현재에 능률적으로 대처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전개되는 미래를 대비하는 데는 기민하고 유연한 운영이 가능한 조직이 유리하다. 대학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능동적이고도 선제적으로 해가려면 애자일 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직과 직무의 경계가 관성화되고 의사결정이 일방적·단선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폭포수(waterfall) 체계’로는 당장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뉴노멀의 사후적 수습조차 벅참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대학의 소명인 지속 가능한 혁신과 창조를 일상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 역량 못지않게 대학조직의 ‘파괴적 혁신’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의 활용은 그러한 파괴적 혁신을 일궈내는 한 방도이다. 중앙 집중 서버가 모든 정보기술(IT) 관련 서비스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은 효율성과 통합적 연계를 달성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과부하가 걸리면 병목과 지체 현상이 일어나는 단점이 있다. 다수의 소형 서버를 통해 데이터를 분산해서 처리함으로써 이러한 과부하를 해결하는 상호보완적 방법이 에지 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문제라는 얘기가 아니다. 대학 운영이 중앙으로 집중화되면서 조직이 비대해지고 대학은 관성과 안일에 쉽게 매몰되었다. 시대와 사회를 선도해야 할 대학의 행동은 늘 한두 걸음 늦었고 대학의 존재가치는 갈수록 심각하게 의심받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대학 현실은 비유컨대 과부하가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걸리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유사하다는 뜻이다. 에지 컴퓨팅을 응용해 대학 운영의 탈중앙화를 추진해야 하는 까닭이다.
‘애자일’하고 ‘에지’한 대학 조직과 운영이 명실상부하게 구현될 때 ESG라는 가치의 실현은 한층 지속 가능해진다. 이렇게 도전적 진화를 성취해낼 때 대학은 사회와 국가 발전의 중추 역할을 미래사회에서도 지속해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재영 |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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