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기의 책상물림]감동은 어디서 오는가
[경향신문]
발을 동동거리며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일을 도모하는데 남들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있다. 최신의 정보로 탁월한 전략을 세워 추진해 보아도 일의 진행이 왠지 자연스럽지 못하고 삐거덕거린다. 마음이 통해야 감동이 있고 그럴 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텐데, 어디에서 막힌 것일까.
감동이란 깊이 느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감(感)의 윗부분인 함(咸)은 무기인 술(戌)로 사람을 내리쳐서 죽인다는 뜻이다. 비명을 지르는 입, 혹은 잘려진 머리를 그려놓은 것이 가운데의 구(口)이다. 공개 처형을 통해 사람들에게 ‘깊은 느낌’을 주어 마음을 움직이려 했던 고대의 문화에서 비롯되어 ‘느끼다’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다. 함(咸)이 후대에 ‘모두’라는 뜻을 겸하게 되면서 본래의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심(心)을 붙인 감(感)을 새로 만든 것이다.
주역에서도 64괘의 하나인 함(咸)괘를 감(感)으로 풀이하고 남녀의 교감으로 설명했다. 이를 감괘라 하지 않고 심(心)을 뺀 함괘라 한 데에서 ‘교감을 위해서는 사적인 마음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를 읽어야 한다고 해석해 왔다. 열심히 해도 효과가 없고 꾀를 내보아도 순탄하지 않은 이유는, 사심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괘에서 배워야 할 것은 ‘나의 마음을 비워 남을 받아들임’이다. 내가 먼저 주장하거나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서로 감동하여 통하지 않음이 없다고 했다. 나를 비워야 비로소 남의 감동에 응할 수 있고, 내가 감동하면 남도 나를 믿게 된다는 것이다.
속도와 결과가 중요시되는 오늘날, 나의 주장과 기준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워 남을 받아들이다 보면 모두가 감동하고 만사가 형통하리라는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린다. 시간을 쪼개어 사람을 찾아가 설득하고 정보를 망라하여 일을 성사시키려는 노력이 없이 큰일이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그런 노력이 어느 순간 벽에 부딪친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면, 감동과 소통을 가로막는 사심이 어느새 내 속을 꽉 채우고 있어서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는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감동은 일방적일 수 없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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