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노동·역사.. KBS 통합뉴스룸, 전문가들과 협업시스템 안착

김고은 기자 2021. 5. 19. 00: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시청자위원회서 호평 이어져
기자들 "기획 아이템 완결성 갖춰"

KBS가 지난 16일부터 ‘뉴스9’에서 새로운 연중기획을 선보였다. ‘우리 시대의 소설’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방송 뉴스에서 본격적으로 조명된 적이 없었던 우리 문학, 그중에서도 특히 소설을 지상파 메인뉴스에서 다룬다는 점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KBS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긴밀히 협업해 왔음을 밝히며 매주 일요일 밤 문학평론가들이 직접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 50편을 차례로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문학 분야에선 처음이지만, KBS가 이렇게 전문가 집단과 협력해 뉴스를 제작한 지는 1년 가까이 지났고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협업시스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협업으로 만들어진 보도에 대한 대내외 평가도 긍정적이다.

전문가와의 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일하다 죽지 않게’ 기획부터다. KBS는 산업재해를 다루는 이 기획을 지난해 7월 시작하면서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 수를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집계해 일주일 단위로 보도했다. 오마이뉴스에 ‘이달의 기업살인’을 연재하는 등 관련 활동을 이어온 단체인 노동건강연대가 KBS와의 공동 기획 형태로 참여한 것이었다. 반년 동안 이어진 ‘일하다 죽지 않게’ 시리즈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KBS 보도본부 내부에서도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을 했다는 데 고무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이에 KBS는 올해부터 보도본부에 전문가 협업 취재 예산을 정식으로 배정했고, 다양한 부서에서 협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하다 죽지 않게’ 후속 기획인 ‘임금체불 보고서’는 노무법인 ‘노동과인권’과의 합작품이다. 대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0년 임금체불 사건 1심 판결문 1247건을 전수 분석했는데 이 분석 작업을 노동과인권이 맡았다. 기획부터 치면 두 달, 협업 기간만 최소 한 달이 소요됐다. 지난달 9일부터 직업병 실태를 다루고 있는 ‘안전한 일터, 건강한 노동을 위해’ 기획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했다. 이들 전문가 집단은 집계·분석 작업 등을 전담해 용역 형태로 제공하고 KBS 뉴스에 취재원으로도 등장하며, 산재 노동자 등 사례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들이 제공한 ‘용역’에 대해 KBS는 비용을 지급한다.

노동 이슈만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문학평론가협회와의 협업 외에 역사 전문가들과 협업한 사례도 있다. KBS는 위안부를 ‘자발적 계약 매춘부’라 규정한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파문 이후 지난 4월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미일 역사부정·혐오 네트워크의 실체를 드러내는 기사를 시리즈로 보도했다.

이런 시도에 매달 열리는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진선미 위원(공인노무사)은 지난 3월 시청자위 회의에서 ‘임금체불 보고서’ 등에 대해 “전문가 협업 취재로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중요 의제를 심층 취재한 결과물”이라며 “출입처에서의 단순 정보로 한 꼭지를 만드는 관행에서 탈피하려는 KBS의 노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권태선 시청자위원장도 지난 4월 회의에서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프로그램 품질이 좋아지고 또 균형감각도 살릴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들도 장점이 많다고 평가한다. ‘임금체불 보고서’를 취재한 박민철 기자는 “전문성 있는 기자들도 있긴 하지만, 기자들이 기본적으로 제너럴리스트지 않나. 전문가보다 조금씩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데이터를 취재하고 검증해서 기획아이템의 완결성을 갖추는 측면에선 전문가 집단과의 협업이 확실히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KBS 보도본부는 앞으로도 이런 전문가와의 협업 등을 통해 사회에 의제를 던지고 후속 입법 과정까지 팔로우하며 ‘솔루션’을 끌어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임장원 통합뉴스룸국장은 지난달 임명 동의 투표를 앞두고 정견발표를 통해 ‘문제 해결형 저널리즘’을 더욱 진작시키겠다며 “전문가 협업 구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시민 참여형 저널리즘으로 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opyright © 기자협회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