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진짜 열려요?

황현택 KBS 도쿄특파원 2021. 5. 1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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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 일본] 황현택 KBS 도쿄특파원

황현택 KBS 도쿄특파원

“도쿄올림픽, 하긴 하는 거야?”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기자가 일본 측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던진 물음이기도 하다. 모두가 궁금한데, 누구 하나 확답을 못 한다. 할 것 ‘같기도’ 하고, 안 할 것 ‘같기도’ 하다는 게 민망하나 최선의 답이다.

경우의 수를 나눠보면 좀 나을까. ①정상 개최 ②축소 개최 ③재연기 ④취소…. 해외 관중은 받지 않기로 결정 났으니 사지선다에서 보기①은 날아갔다. 남은 보기는 세 개. 답안지 제출 시점(7월23일 개막)은 촉박하다.

문제 풀이에 도움이 될 공식이 있다. y=f(x), 중학교 1학년 수학 시간에 나오는 수식이다. x는 독립변수, y는 종속변수라 부른다. x값 변화에 따라 y값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대입해 보면 “코로나19 감염 확대 정도(x)에 따라 도쿄올림픽 개최 형태(y)가 최종 결정될 것” 정도는 말할 수 있겠다. 매우 상식적이고, 기초적인 풀이 과정이다.

따라서 도쿄올림픽 성사 가능성을 높이려 했다면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수식을 반대로 사용했다. x값에 ‘도쿄올림픽’, y값에 ‘코로나19’를 집어넣었다. 코로나19 방역보다 줄곧 도쿄올림픽 개최를 우선시해 왔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일본의 첫 코로나19 긴급사태는 지난해 4월 선언됐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도쿄올림픽 1년 연장’에 합의한 직후였다. ‘올림픽 취소’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시간을 버는 데 성공했으나 반대로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가 총리도 그랬다. 두 번째 긴급사태는 올해 3월21일 해제됐다.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식(3월25일) 직전이었다. “축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성급한 해제”라는 지적이 또 나왔다. 세 번째 긴급사태 해제 예정일 역시 5월11일로 잡혔다. 불과 17일짜리 긴급사태는 바흐 IOC 위원장의 일본 방문(5월17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상황이 이쯤 되니 일본에선 ‘도쿄올림픽 시프트’(shift)라는 말까지 돈다. 올림픽 일정에 얽매여 긴급사태 선포·해제가 반복되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야구에서 극단적 수비 이동(시프트)은 잘하면 ‘득’(得), 못하면 ‘독’(毒)이다. 상대 타자의 밀어치기, 기습 번트, 빗맞은 타구 등에 결정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변화무쌍하다. 이에 대처하기에 ‘도쿄올림픽 시프트’는 애초 걸맞은 작전이 아니었다. 감독의 판단 미스는 팀 전체를 더 큰 위기에 빠뜨린다. 일본 정부는 도쿄 등에 내린 긴급사태 시한을 5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17일짜리 긴급사태에 스무날을 더 보탰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사설에서 “대책 강화와 완화가 혼재해 뒤죽박죽”이라며 “단기 결전(短期決戰)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고 썼다.

복통이 났는데 빨간 약만 발라대는 건 도쿄올림픽 조급증 탓이다. 집권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오는 9월, 중의원 의원 임기는 10월에 각각 끝난다. 스가와 자민당은 그 직전 도쿄올림픽을 정권 부양의 순풍으로 삼으려 한다. 여세를 몰아 총선 승리를 일구려는 심산이다. 풀이 과정이 불순하니 단순 함수가 미적분처럼 복잡해졌다.

그런데도 스가 총리는 긴급사태 연장을 발표한 5월7일 회견에서 “‘안전·안심’ 대회를 실현하겠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제대로 준비하고 싶다”며 개최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날, 일본에선 코로나19로 148명이 숨졌다. ‘과거 최다’였다.

일본은 과거에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아 대규모 피해를 본 뼈아픈 경험이 있다. 바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10년 전 상처를 극복한 ‘부흥의 상징’이라 규정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스가 총리에게 도쿄올림픽은 너무 ‘위험한 게임’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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