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가자지구는 왜 구글 지도에서 흐릿할까

황지윤 기자 2021. 5. 1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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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방송은 17일(현지 시각) 무력 충돌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구글 위성지도 ‘구글어스’에서 흐릿하게 보인다고 보도했다. 구글이 인공위성 업체를 통해 고해상도 사진을 제공할 수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저해상도 사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어스에서 카메라의 해발고도를 300m 내외로 설정,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전역을 살펴보면 도로와 건물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오가는 차량을 판별하기 어렵다. 같은 조건으로 북한 평양을 검색했을 때 도로와 건물은 물론 차량과 차선까지 또렷하게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글 위성지도인 '구글어스'로 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적십자병원 인근 지역. 건물이 뭉개져보이고 차량은 식별이 어렵다. /구글어스

구글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곳일수록 주기적으로 사진을 갱신한다”는 기본 방침을 갖고 있지만 이 지역에 대해서는 예외다. BBC 보도에 따르면 여전히 2016년 촬영된 저해상도 사진을 쓰고 있다.

구글에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위성사진이 흐릿한 이유는 1997년 제정된 미 국방법의 ‘카일-빙거만 수정조항(KBA)’이 배경이다. 미국 기업이 이스라엘 위성사진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되 크기 2m를 넘는 피사체만 확인 가능한 수준의 저해상도 사진을 제공하도록 제한한 것이 KBA의 골자다. 팔레스타인에도 이 기준이 적용됐다. 당시 이스라엘은 KBA 통과를 위해 미 의회에 적극 로비했다. 이스라엘의 적국이 국가 중요 시설을 상세히 파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였다.

그러나 프랑스 등 미국 외 위성사진 업체들이 이 지역에 대한 고해상도 사진을 제공하면서 KBA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자 미 정부는 지난해 7월 KBA를 폐기했다. 그럼에도 구글은 저해상도 사진을 고집하고 있다. 구글은 BBC에 “고해상도 사진으로 갱신이 가능해지면 바꿀 의향이 있지만, 현시점에 그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이 구글에 계속 흐릿한 사진을 사용하도록 로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호주 ABC방송은 2019년 구글이 정부나 일부 단체의 요구에 의해 지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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