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역사 검열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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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나라의 실권자 최저가 임금 장공을 시해했다.
사관이 이렇게 기록했다.
'최저가 장공을 죽였다.' 기겁한 최저는 더 이상 사관의 기록에 손을 대지 못했다.
왕의 행적을 기록한 조선의 사관들은 제나라 사관의 기개에 못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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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행적을 기록한 조선의 사관들은 제나라 사관의 기개에 못지않았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붓을 지켰다. 태종이 사냥을 가면서 “오늘 사냥은 사사로운 일이니 사관은 따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관은 왕의 말을 그대로 실록에 기록했다. 그날 사냥터에서 태종이 말에서 떨어졌다. 체면을 구긴 왕이 좌우를 둘러보며 “이 일은 사관이 알지 못하도록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관은 왕의 엄명까지 낱낱이 실록에 적었다.
성군 세종은 아버지 태종의 기록을 보고 싶었다. 형제, 처남, 사돈까지 죽인 부왕의 행적이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좌의정 맹사성이 손사래 치며 만류했다. “전하께서 만일 실록을 보신다면 후세 임금이 반드시 이를 본받아 실록을 고칠 것이며, 사관도 군왕이 볼 것을 의심하여 사실을 다 기록하지 않을 것이니 어찌 후세에 그 진실함을 전하겠습니까?” 그 후로 어떤 왕도 감히 실록을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실록의 기록은 엄중하게 관리됐다. 사관들이 쓴 기록물을 훼손하거나 외부로 발설하는 사람은 목을 베게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이런 직필의 풍토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친문 의원들이 역사까지 자기 멋대로 뜯어고칠 심산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은 최근 ‘역사 왜곡 방지법’을 발의했다. 3·1운동 등의 왜곡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집권당이 위원회를 만들어 역사를 재단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명백한 ‘역사 검열법’이다. 연산군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라고 했다. 폭군보다 못한 위정자들의 망동이 갈수록 태산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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