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김 "한·미 정상회담, 몇년간 껄끄럽던 양국관계 진전 절호 기회" [세계초대석]

정재영 2021. 5. 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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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첫 한국계 여성 의원
70년 이상 지속해 온 '혈맹' 유지 강조
對中 협의체 '쿼드' 韓 참여 매우 중요
인도·태평양지역 안정 한국에도 이익
코로나 잉여 백신 동맹국 공유 방안
美하원 외교위에서 꾸준히 논의 중
文대통령 방미 맞춰 긍정적 전개 기대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검토 단계
'한반도 비핵화' 목표로 세워졌으면
'4년 공석' 北인권특사 조속 임명해야
한국계로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 첫 여성 의원이 된 3명 가운데 한 명인 영 김 의원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 의사당 인근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 첫 한국계 여성 의원인 영 김 의원(공화당·캘리포니아)은 17일(현지시간) 나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미 양측 간 진전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특히 “지난 몇년간 한·미관계가 껄끄럽거나 삐걱거린다는 시각이 있었다”며 “한·미관계는 우리가 70년 이상 지속해 온 강한 관계로,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미국의 잉여 백신을 동맹국과 공유하는 방안 등이 꾸준히 논의됐다”며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오면 백신 지원이나 백신 스와프에 대해 신중히 토론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황이) 좀 더 긍정적으로 전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중국 대응 협의체 ‘쿼드’와 관련해 “한국의 쿼드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며 “한·미 간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를 돈독하게 재건하며 자유롭고 안정적인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게 한국에도 큰 이익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영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우선 바이든 정부는 아직 대북정책에 대한 확정적인 검토를 끝낸 게 아니다. 아직도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과거 정책에서 벗어나고, 북한이 핵을 감소하는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 및 지역 내 확장된 핵 억제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줄 수도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북한이 우선적으로 잘못 해석해 미국에 불합리한 양보를 요구하고 협상 테이블에서 떠날 수 있는 여지를 줘서는 절대 안 된다.”

―미국 여러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수십년간 해결하지 못했다. 꼭 견지해야 할 원칙이 있다면.

“북한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쉽게 한두 마디 말로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 안보, 평화, 북한 비핵화가 바이든 정권이 흔들리지 말고 지켜나가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반도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과 한국 방어를 위한 미군 주둔, 확장된 핵 억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해주길 바란다.”

―대북정책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는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회담 이후에) 좀 더 자세한 발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화당 입장에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의 비핵화, 이것을 중점으로 두고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세워졌으면 한다. 바이든 정부는 또 2017년부터 비워둔 북한인권특사를 조속히 임명해 북한의 자유, 인권 보장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해주기를 바란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이번 정상회담은 양측 간 진전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몇년간 한·미관계를 바라볼 때, 좀 여러 군데에서 껄끄럽거나 삐걱거린다는 시각이 있었다. 한·미관계는 우리가 70년 이상 지속해 온 강한 관계다. 어느 때보다 이 관계는 강력하게 유지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이런 차원에서 한국을 지원하고, 또 대북관계 진전을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적이나 다른 나라에 양보하기보다 동맹국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기를 바란다.”

―미 의회의 북한 관련 법안 중 김 의원이 공동 발의한 ‘북·미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만 의결됐는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6·25전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 상봉에 한국계 미국인을 포함하는 내용이 논의되길 바란다. 당시 헤어진 분들 만나보면 죽기 전에 북한에 있는 가족들 대면하고 싶다고 한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는 하룻밤에 이뤄질 이슈가 아니다. 그런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 중 하나가 이산가족이다.”

―쿼드 동참 요구가 있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쿼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가치와 안보를 위한 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다. 최근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의 쿼드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참여한다면 쿼드가 아니라 ‘펜타(penta·다섯)’가 되겠지만 한국이 참여하고 싶다고, 또 미국이 들어오라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를 돈독하게 재건하고, 자유롭고 안정적인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게 한국에도 큰 이익이라는 점을 한국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최근 쿼드 정상회의를 보더라도 안보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등 비안보 분야도 많다. 한국이 참여해 좋은 의견과 정보를 나누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는 백신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심인데 미국 정부 입장은.

“일단 하원 외교위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 미국에는 잉여 백신이 있고, 국민 중 백신 거부자가 상당해 물량이 많으면 동맹을 돕는 차원에서 물량을 공유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나누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인도 등 다른 나라들도 백신을 많이 필요로 한다. 최근 한국 의원들이 방미해 백신 관련 의견을 주셨고,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오신다. 백신 지원이나 스와프에 대해 신중히 토론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위 관계자와 대화를 나눌 때 좀 더 긍정적으로 전개되기를 바란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생길까.

“솔직히 모르겠다, 문 대통령이 어떻게 조심스럽게 꺼낼지. 다만 하원 외교위 토론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미, 미·일, 한·미·일 관계가 더 돈독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아시아계 증오범죄 증가의 원인과 대책은.

“아시안을 겨냥한 증오범죄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많았지만 팬데믹을 계기로 증가했다. 최근 증가하는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아시안에 대한 증오와 선입견을 용납할 수 없다.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저를 비롯한 한국계 의원들이 증오범죄 중단에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미국은 개인 능력과 자질로 평가되는 것을 존중하는 나라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 아시안도 미국인이란 점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아시안 사회가 미국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 미국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지역 주민 등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일이 아시안의 위상을 높이고, 오히려 아시안이 더 적극적으로 미국 사회에 기여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한국계 첫 여성 하원의원으로 소회는.

“최초의 한인 여성 의원 중 한 명으로 일하게 된 것은 큰 영광이다. 하지만 책임도 막중하다. 제가 하원의원에 당선된 것을 보면 미국은 누구든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나라라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한인 사회의 정치적 신장을 위해 더 많은 한인이 미국 정계에 진출해야 한다.”

―연방의회에서 활동해보니 어떤가.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일한 지 4개월 남짓 됐다. 현재 외교위, 중소기업위, 과학기술위 3개 위원회에서 일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하루에도 회의가 여럿 이어진다. 그러면서 일을 배워간다.”

―지역구(캘리포니아주 39지구)의 주요 이슈는.

“모든 지역이 같을 것이다.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 재건이 핵심인데 특히 소규모 사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왔다. 캘리포니아에서만 4만개 이상의 기업·상점이 문을 닫았고, 그중 2만여개는 완전히 폐업했다. 코로나19 사태 수습, 어려운 지역 경제 지원, 고용 창출 등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인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덕목이 있다면.

“기회는 항상 오는 게 아니다. 왔을 때 꼭 잡아야 한다. 나는 이민자이니까, 여성이니까 이 정도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큰 꿈을 꾸어야 한다. 넓은 시야로 많은 경험을 하고 좀 더 담대한 태도로 미국을 대해야 한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편안한 길만 찾지 말고, 언제나 타인을 위한 개척자가 돼야 한다. 앞서가는 사람이 돼야 한다. ‘모든 위대한 꿈은 그 꿈을 꾸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당신 안에는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힘과 인내, 그리고 열정이 있다’는 흑인 여성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2~1913)의 말을 인용하겠다.”

바이든 정부는 20달러 지폐에 현재 쓰고 있는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 얼굴 대신 터브먼의 초상을 넣는 작업을 재개했다고 최근 밝혔다.

대담=정재영 워싱턴특파원

영 김 의원은 ●1962년 한국 인천 출생 ●1975년 가족과 괌으로 이민 ●1985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학과 졸업 ●1990∼2013년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공화당)의 아시안 정책 및 커뮤니티 담당 보좌관 ●2014∼2016년 캘리포니아 주(州)의회 하원의원(65지구) ●2021년∼ 연방의회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 39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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