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원자재값 위에 나는 국제유가
[경향신문]
WTI, 66.27달러…2년래 최고치
브렌트유·두바이유도 치솟아
백신 접종률 높은 미국·유럽 중심
일상 복귀…원유 수요 증가 확연
인도·일본 재유행 외 큰 변수 없어
당분간 유가 상승세 지속될 전망
주요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코로나19의 충격파로 인한 저유가 상황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물론 2년여 만에 최고치에 다다르는 등 거침없이 가격이 오르는 양상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일상’으로의 회복이 진행되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4%(0.9달러) 오른 배럴당 66.2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전고점인 2019년 4월23일 66.30달러 이후 25개월 만의 최고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해 4월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기도 했던 WTI 선물 가격은 불과 1년여 동안 폭등 수준으로 치솟아 있는 상태다.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인 브렌트유 선물도 이날 전일 대비 0.75달러 상승한 배럴당 69.46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전날에 비해 1.91달러 오른 배럴당 67.17달러에 거래됐다. ‘배럴당 70달러 시대’도 머지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추세를 이어가던 국제유가는 지난 2월 미국을 강타한 한파의 영향으로 급등한 이후, 소강 상태를 보이다 최근 다시 가파르게 올라온 상태다. 특히 이날 주요 유종의 동시 상승세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석유 수요 증가 전망이 확연해진 데 따른 것이다.
유가가 오르는 속도만큼이나 유럽 각국의 방역 단계도 착착 완화되고 있다. 백신 접종 속도에 맞춰 지난 3월부터 단계적으로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는 영국은 17일부터 3단계 완화 조치에 들어갔다. 이날부터 식당, 술집의 실내 영업과 극장, 호텔 영업이 재개됐으며, 예정대로라면 다음달 21일부터는 모든 영업 규제가 해소된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박물관 등 주요 실내 공공시설 이용에 대한 제한을 완화했고, 이탈리아도 다음달 1일부터 식당·술집 등의 실내 영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 대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보건당국 지침이 나온 미국에서는 항공 여객 수요가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청은 지난 16일 항공 검색대 통과 여객 수가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인 185만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미 유나이티드항공은 여름철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214% 증가한 것 등을 바탕으로 7월까지 유럽행 노선을 매일 400편 이상으로 증편키로 했다.
달러화 약세도 유가 상승을 이끈 요인이다. 17일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 인덱스가 전일 대비 0.2% 하락세를 보이면서 WTI 유가는 반대 흐름을 보였다. 최근 해커들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췄던 미국 최대 송유관 업체 콜로니얼은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당시 미 동부 지역에서는 품귀 현상과 사재기가 겹치면서 휘발유 소매가가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와 일본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코로나19 재유행 정도를 제외하면 ‘발목’을 잡을 만한 요인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 추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최근 유가 흐름을 보면 아직도 원유가 글로벌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에너지원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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