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을 다시 한번 - 도다 세이지 [원도의 내 인생의 책 ③]

원도 | 작가 2021. 5. 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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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을 걸어본다

[경향신문]

이 책은 도다 세이지 작가가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작품을 모아 만든 단편 만화책이며 그의 데뷔작이다. ‘짧지만 긴 여운’과 같은 문구는 너무 흔해서 쓰고 싶지 않지만 이 책이 정말 그렇다. 짧은 컷, 화려하지 않은 그림체 사이에서 인생이 보이고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양파 껍질을 까듯 실체가 없는 것, 그럼에도 눈물이 나는 것, 그 자체가 인생임을 말하는 강렬한 단편은 책의 주제를 관통한다.

나는 철학과 출신답게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한다. ‘골똘히 고민해봐야 답은 없다’는 유일한 답도 알고 있지만 늘 반복하는 일상이다.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 것도 아니고, 철학과 출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학 졸업을 못해서 그런 것도 아니며, 결론만 말하자면 결국 고졸이라 그런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냥 나의 오래된 습관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사람을 보며 인생은 정말 양파 껍질을 까는 것처럼 실체가 없는 일인 듯하고, 나쁜 놈만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볼 때면 인생이란 착한 놈만 손해인 듯하며, 비틀린 도덕관념이 나라의 주류 사상이 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인생은 기대할수록 암울해지는 디스토피아의 정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절망감으로 빠져들 때 즈음, 아무도 봐주지 않는 것 같은 단편 만화를 개인 홈페이지에 오랜 시간 연재하면서 지쳐갈 때 즈음 출판사로부터 제의가 들어와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는 도다 세이지 작가의 후기와 마주한다. 아, 역시 인생은 나의 희망을 ‘존’중하며 ‘버’티기로구나! 작은 희망이 샘솟는다. 조만간 배신당할 게 분명한 그 희망을 믿으면서 ‘이 삶을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내야지. 고민 끝에 답이 없다면 열심히 사는 행동만이 답일 테니까.

원도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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