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D 유령' 김포 아파트값만 홀렸다

김희진·송진식 기자 2021. 5. 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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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지자체 촉구에 작년 15% 올라..지난달 국토부 발표 후 하락세로
정부, GTX-D 공식 언급 안 해.."부천까지 급행철도 빨리 개설" 의견도

[경향신문]

경기 김포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이른바 ‘김부선(서부권 광역급행철도)’으로 불리는 ‘GTX-D’ 공사설이 돌 때마다 급등을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단 한 차례도 공식 언급한 적이 없는 ‘GTX-D’ 공사를 기정사실화해온 지역주민들과 투기세력의 유치 요구에 지자체와 정치권이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김포시 아파트값은 서부권 급행철도의 신설 가능성에 ‘널뛰기’를 했다. 2019년 대체로 하락세였으나 같은 해 11월 들어 전달보다 0.08%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직전인 10월31일에 국토교통부가 ‘광역교통 2030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부권 급행철도 신규 노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김포가 거론된 것이다.

하지만 급행철도는 검토 차원에 불과한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 상승의 동력이 약해졌다. 지난해 5월 김포시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0.03% 떨어졌다.

다시 동력을 제공하고 나선 것은 정치권이다. 지난해 7월 김포시의회는 “김포~부천~강남~하남을 잇는 GTX-D를 조속히 추진하라”며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후 김포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2.96% 올랐다. 8월에는 ‘GTX-D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추진 의원모임’도 출범했다. 경기도가 김포에서 부천, 서울 남부를 거쳐 하남에 이르는 68.1㎞의 ‘GTX-D 희망노선’을 국토부에 건의하면서 가격 상승세는 11월(5.67%), 12월(4.32%) 절정에 달했다. 김포가 11월 수도권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직전에는 아파트값이 일주일 만에 2.73% 급등하며 ‘금포’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지난 한 해 김포 아파트값은 15.36% 뛰면서 전국(7.57%) 및 수도권(9.08%) 상승폭을 크게 웃돌았다.

펄펄 끓던 김포 아파트값에 ‘찬물’을 끼얹은 건 올해 4월 국토부가 공개한 ‘제4차 철도망 계획안’이었다.강남을 지나는 GTX-D 대신 김포 장기를 출발해 부천종합운동장(7호선)에서 끝나는 급행철도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포 아파트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김포 아파트값이 이처럼 널뛰기를 하는 동안 정작 GTX-D가 ‘공식화’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2030 계획 당시에도 급행철도 정도로 언급했는데 언론 등을 통해 GTX-D로 어느샌가부터 불리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볼 때 GTX-D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말”이라고 밝혔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서울 도심업무지구나 강남 접근성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라며 “‘김부선’ 논란 역시 부동산 가격 문제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지역 내에서는강남 직결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포에 사는 A씨는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뭔가 교통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GTX-D를 고집하기보다는 부천급행철도라도 빨리 개설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진·송진식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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